호주 증시, 철광석·금융·에너지 부진으로 장중 낙폭 확대…골드주 상승이 일부 방어

[시장의 큰 그림]
호주 증시가 전날 약세장에 이어 9일 장중에도 하락 폭을 확대하고 있다. 철광석 대형주와 금융주, 에너지주가 동반 약세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가운데, 금 관련 종목의 강세가 낙폭을 일부 상쇄하고 있다.

2025년 9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호주 대표지수인 S&P/ASX 200은 전장 대비 59.00포인트(−0.67%) 밀린 8,790.60을 기록하며 장중 8,786.80까지 저점을 낮췄다. 광범위한 시장 동향을 나타내는 All Ordinaries Index 역시 57.40포인트(−0.63%) 떨어진 9,069.50으로 후퇴했다. 전 거래일(8일)에도 두 지수 모두 소폭 하락 마감한 바 있다.

전날 미국 뉴욕증시가 다우존스·S&P 500·나스닥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오르며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음에도, 시드니 시장은 상단 저항선으로 작용하던 8,800선마저 내주는 흐름이다. 이는 철광석·천연가스 가격 조정과 더불어 호주 가계·기업 심리지표가 나란히 둔화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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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종·종목별 흐름

1) 자원·에너지
세계 1·2위 철광석 생산업체인 BHP GroupRio Tinto는 나란히 1%대 약세를 기록 중이다. 배당 매력과 리튬·구리 등 신(新)광물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불구하고, 최근 철광석 현물가격(중국 칭다오 기준)이 t당 110달러선 아래로 밀린 점이 주가에 즉각 반영됐다. Mineral Resources는 −0.5%, Fortescue는 +1% 내외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석유·가스주도 부진하다. Woodside Energy·Santos는 나란히 1% 가까이, Beach Energy는 1% 이상 하락 중이다. 다만 전력·가스 판매사 Origin Energy는 방어적 성격 덕에 −0.3%로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2) 금융
이른바 ‘빅4’ 은행주 가운데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CBA)가 −1%대로 가장 약한 흐름을 보인다. Westpac·ANZ Banking Group도 거의 1%씩 빠지고 있으며, National Australia Bank(NAB)는 −0.1%로 소폭 하락 중이다.

ANZ는 향후 12개월 동안 3,500명(전체 정규직의 약 10%)을 감원하고, 계약직 1,000명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다. ANZ 측은 “은행 구조를 단순화하고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3) 기술주
핀테크 ‘선구매·후결제(BNPL)’ 플랫폼 Zip은 −2%, 물류 SaaS 기업 WiseTech Global도 −2% 내외로 눌리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라벨링 기업 Appen은 2% 넘게 빠지며 낙폭이 가파르다. 반면, 미국 본사인 Block(前 Square)이 보유한 호주 BNPL 강자 Afterpay는 1%가량 오르고, 클라우드 회계 소프트웨어 업체 Xero는 보합권에서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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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금광·귀금속
최근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금 선물 가격이 온스당 1,950달러대를 지지하자 금광주가 상대적 강세다. Northern Star ResourcesEvolution Mining은 +1% 안팎, Gold Road Resources는 +0.4%로 오르고 있다. 특히 서아프리카 금광 프로젝트를 보유한 Resolute Mining은 +9% 급등하며 시장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미국계 글로벌 금광 대기업 Newmont는 −0.3%로 소폭 조정을 받고 있다.


■ 거시지표 영향

시장 약세에는 소비·기업 심리 둔화도 한몫했다. 9일 발표된 웨스트팩-멜버른대 소비자심리지수는 9월 95.4로, 전월 대비 −3.1% 후퇴했다. 8월에 기록했던 +5.7%(지수 98.5, 3년 만의 최고치)를 전부 반납한 셈이다. 12개월 기대지수는 −8.9% 하락한 92.2, 5년 기대지수는 −5.9% 떨어진 92.7로 집계됐다.

같은 날 공개된 NAB 기업신뢰지수도 8월 4를 기록하며 3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섰다. 직전월 수치(8에서 상향 수정)는 2022년 8월 이후 최고였으나, 이번에 다시 둔화됐다. 경기 모멘텀 둔화가 기업 투자·고용 계획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통화시장에서 호주달러(AUD)는 미국 달러 대비 0.66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연초 이후 4%가량 절하된 수준이며,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중국 경기 불확실성이 동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기자 해설 & 전망

호주 증시는 올해 들어 기술·친환경주 랠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9,000선 근접)까지 돌파를 시도했으나, 최근에는 원자재 가격 흔들림실물 지표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빠르게 출회되는 모습이다.

특히 철광석 가격이 중국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으로 약세를 보이면 BHP·Rio Tinto·Fortescue 등 ‘빅3’ 광산주가 동반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종목이 전체 S&P/ASX 200 시가총액의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원자재 수급 변수가 곧장 지수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금융주의 경우, ANZ의 구조조정 발표는 비용 효율화 관점에서 긍정적일 수 있으나, 소비자·기업 심리가 흔들리면 대출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선반영됐다. 호주중앙은행(RBA)이 기준금리를 4.35%에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수익성 하방 압력을 완충하지만, 실물경제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부실채권(NPL) 증가 우려가 커질 수 있다.

기술주는 글로벌 금리 피크아웃(정점 통과) 기대와 AI 투자가 맞물리며 상당폭 반등했으나, 밸류에이션 부담과 이익 가시성 문제로 성장주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있다. 호주 시장에서 BNPL 모델의 경쟁이 심화되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금광주는 달러 강세와 미 국채금리 상승 속에서도 대체 자산 선호 흐름을 타고 상대적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가격이 2,000달러를 지지선으로 재차 상향 돌파할 경우, 호주 금광업체들이 캐시플로우 개선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

종합적으로 보면,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는 방어주·현금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는 평가다. 소비·기업 심리지표가 10월 이후 반등세를 회복할지, 그리고 중국의 부동산·인프라 부양책이 철광석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4분기 호주 증시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 용어 설명
S&P/ASX 200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산정하는 호주 대표 200개 종목의 시가총액 가중지수로, 한국의 코스피200에 해당한다. All Ordinaries는 ASX에 상장된 보통주 전반을 포함한 500여 종목 지수로, 시장 전반의 흐름을 더 포괄적으로 보여준다.

※ 기자 의견
현재 지수의 기술적 지지선은 8,700~8,750선으로 관측된다. 해당 구간이 무너지면 8,500선까지 추가 하락이 가능하지만, 실적 시즌이 마무리된 만큼 매수 주체 부재에 따른 ‘가격 왜곡’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금주 후반 예정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와 중국 8월 신용지표가 위험선호 회복 여부를 가를 단기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