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준비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RBA)이 기준금리(현금금리·cash rate)를 0.25%포인트(p) 내린다고 12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호주의 정책금리는 연 3.6%로 떨어져 2023년 4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2025년 8월 12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RBA는 “현 정책금리는 많은 가계에 재정적 부담을 주는 제약적(restrictive) 수준”이라면서도, “물가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호주의 기준금리는 시장 컨센서스(로이터가 40여 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와 정확히 일치했다. RBA는 성명에서 “2022년 정점 이후 물가가 ‘상당히(substantially)’ 하락했으며, 고금리가 총수요와 잠재공급을 균형에 가깝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분기에 전년 대비 2.1%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RBA가 목표로 삼는 2~3% 범위 하단 근처로 내려왔다. 물가 둔화 덕분에 통화완화 여력이 확보됐다는 것이 RBA의 판단이다.
“금리의 파급 효과가 가계와 기업의 비용 구조에 반영되고 있으며, 물가 흐름이 목표 범위에 근접했다.” — RBA 통화정책 성명 중
한편 이번 금리 인하는 미국발 무역 변수와 둔화된 국내 성장률이라는 복합적 환경 속에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으며, 호주 무역부 장관은 이를 ‘외교적 설득의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 성장해 로이터 전망치(1.5%)를 하회했다. 전기 대비 성장률도 0.2%에 머물러 예상치(0.4%)에 못 미쳤다. ABS(호주통계청) 카서린 키넌 국장은 “공공지출 축소, 민간 소비 및 수출 부진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시각
CBA(커먼웰스은행) 이코노미스트들은 8월 7일 메모에서 “7월 예상 밖 동결 이후, 데이터 흐름이 예상대로 진행되면서 8월 인하가 사실상 ‘확정(locked in)’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11월 추가 인하와 2026년 초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제시했다.
용어 해설※
베이시스포인트(bp)는 1bp=0.01%p를 뜻하는 금융 용어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되면 0.25%포인트 낮아진다는 의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미세한 금리 변동을 정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단위를 ‘bp’로 사용한다.
기관 배경
RBA는 1959년 설립된 호주 연방정부 산하 중앙은행으로, 물가 안정·고용 극대화·경제복지 제고를 3대 정책 목표로 둔다. 매달 첫 번째 화요일 금리결정을 공개하며,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록 및 총재 기자회견도 정례화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정책 경로를 주시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 범위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면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임금 상승과 외부 충격이 결합해 물가가 다시 치솟을 경우 RBA가 긴축 기조로 되돌아갈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전망 및 시사점
① 환율 측면에서 금리 인하는 호주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② 채권시장에서는 단기물 금리가 즉각 하락했으며,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③ 부동산의 경우, 대출 부담 완화가 주택 수요를 자극할 수 있으나,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