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WH 스미스 회계오류 발표 전 공매도 1순위로 지목했다

영국 여행 소매업체 ‘WH 스미스’ 주가 폭락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여행 전문 소매업체 WH 스미스(WH Smith PLC) 주가가 회계오류 발표 직후 45% 이상 급락했다. 이에 앞서 글로벌 헤지펀드와 투기적 투자자들은 이미 7월 한 달 동안 해당 종목을 가장 집중적으로 ‘공매도’(short selling)한 표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8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이 로이터통신 기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자산운용 데이터 분석 기업 헤이즐트리(Hazeltree)가 같은 날 발표한 ‘Shortside Crowdedness Report’에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7월 영국‧유럽 소형주(small-cap) 가운데 WH 스미스가 공매도 ‘혼잡도’ 1위를 차지했다. 해당 지표는 특정 종목 주식이 대규모로 차입돼 매도(빌려서 파는 행위)됐을 때 상승한다.


WH 스미스의 회계오류 및 실적 전망 하향

회사는 내부 재무검토 결과, 북미 사업부(WH Smith North America)에서 예상 영업이익이 약 3,000만 파운드(미화 4,000만 달러) 가량 과대계상돼 왔음을 인정했다. 주된 원인은 공급업체로부터 받은 리베이트(판매장려금)가 회계상 너무 이른 시점에 인식됐기 때문이다.

“2024 회계연도 북미 매출 비중은 약 20%에 불과했지만, 빠른 확장 과정에서 리베이트 인식시점을 잘못 잡는 바람에 손익 계산이 왜곡됐다.” ― 회사 설명 자료 중

WH 스미스는 8월 31일 종료되는 2024/25 회계연도 세전이익 전망치를 1억 1,000만 파운드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LSEG(런던증권거래소 그룹) 집계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1억 5,690만 파운드)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어떤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섰나?

시타델 어드바이저스(Citadel Advisors)맨그룹(Man Group) 등 대형 헤지펀드는 8월 영국 금융감독청(FCA) 공시 요건(순보유 공매도 0.5% 이상)에 따라 공매도 보유 내역을 공개했다. 두 운용사는 이에 대해 “코멘트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WH 스미스 측도 즉각적인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해당 공시 데이터와 헤이즐트리 집계를 종합하면, 시타델·맨그룹 외에도 수십 개 글로벌 멀티스트래티지 펀드가 WH 스미스 포지션을 인위적으로 늘리면서 숏(Short) 사이즈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공매도’란 무엇인가? ― 용어 해설

공매도는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서 먼저 팔고(선매도) 나중에 싸게 사서 돌려주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하락 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반면, 상승하면 손실이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어 고위험 전략으로 간주된다. 파생상품(옵션·선물)과 결합해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되며, 전통적으로 헤지펀드의 대표적인 알파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 시각: 부채 부담과 여행 수요 둔화가 겹쳤다

시장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1) 급격한 북미 매장 확장으로 인한 차입 증가2) 글로벌 거시 불확실성으로 인한 여행 수요 둔화를 동시에 지목한다. WH 스미스는 6월 영국 하이스트리트(도심가) 사업을 매각하고 ‘순수 여행 소매 업체’로 전환했으나, 팬데믹 이후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자 견해로는, 이번 회계오류가 단순 회계 처리 실수인지, 구조적 내부통제 미흡인지가 향후 주가 반등 여부를 결정할 핵심 변수다. 만약 공급업체 인센티브 인식 관행이 장기간 반복돼 왔다면, 추가 손실 충당금이 필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헤이즐트리 ‘Shortside Crowdedness Report’ 주요 내용

분석 대상: 글로벌 15,000개 종목, 700개 자산운용사 데이터
• 공매도 잔고 급증 섹터: 엔터테인먼트 티켓 판매업체, 고급 주류 기업, 반도체 제조사
• WH 스미스, 7월 UK·EU 소형주 가운데 ‘혼잡도’ 1위


향후 투자자 체크포인트

① 9월 예정된 WH 스미스 반기 실적 발표
FCA의 회계 검증 절차 여부
③ 북미 사업부 매장 확장 속도 조절 가능성
④ 공급업체 리베이트 수취·인식 정책 재정비

해당 사안이 장기 리스크로 발전할 경우, 회사가 자본 재조정(리캡) 또는 추가 지분 희석에 나설 가능성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