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일본 주식 비중 대폭 확대…한국 증시에는 공매도 압박 가중

글로벌 헤지펀드가 일본 주식에 다시 베팅하고 한국 시장에는 공매도를 늘리고 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프라임브로커리지 팀이 고객에게 발송한 메모에서 지난주 헤지펀드들이 위험 선호도(risk appetite)를 높이며 일본 증시 노출을 “상당 규모”로 늘렸다고 밝혔다. 이는 7월 들어 나타났던 포지션 축소 분위기가 반전된 결과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롱 포지션(long bets)이 숏 포지션(short positions)을 앞지르는 방식으로 일본 주식을 매수했다. 같은 기간 일본 대표 지수 니케이225는 43,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토픽스(TOPIX) 지수 역시 신고가를 기록했다.

“일본과 미국 간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된 점이 주요 촉매로 작용했다.”모건스탠리 메모

7월 도쿄와 워싱턴이 관세 관련 ‘프레임워크 합의’에 도달한 이후 일본산 수출품에 대한 중첩 관세(overlapping tariffs)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일본 측 통상교섭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행정부는 지난주 대통령 행정명령을 수정해 관련 관세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일본 내 업종별 흐름

모건스탠리는 기술(technology)·산업재(industrials) 섹터 전반에서 헤지펀드의 포지션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닌텐도(도쿄증권거래소: 7974)는 차세대 콘솔 ‘스위치 2’ 판매 호조로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소프트뱅크 그룹(9984)인공지능(AI)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시아 기타 시장—한국·대만·호주

일본과 달리 한국 증시에는 베어리시(bearish)한 공매도 포지션이 늘었다. 모건스탠리는 “8월 초 기준 한국 시장에 대한 헤지펀드의 순(純) 배분 비중이 지난 10년간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는 해당국이 공매도 금지 조치(short-sale ban)를 해제한 뒤 롱·숏 포지션이 모두 확대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올해 코스피(KOSPI)는 30% 넘게 상승하며 아시아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해외 자금은 추가 상승 여력보다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숏 포지션을 강화하고 있다.

한편 대만과 호주에는 매수세가 유입됐다. 반면 홍콩 상장 중국 빅테크 종목에는 실적 발표 시즌을 앞두고 관망세가 지속됐다고 모건스탠리는 덧붙였다.

추가 용어 설명

· 총익스포저(gross exposure)란 포트폴리오 내 롱·숏 포지션을 합산한 전체 투자 규모를 의미한다.
·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는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 증권 대여, 자금 조달, 리스크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투자은행 업무다.
· 숏 포지션(short position)은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매도부터 선행한 뒤 나중에 되사는 투자 전략이다.


전문가 시각 및 시사점

첫째, 글로벌 자금이 일본을 ‘안전한 경기 순항지(safe haven)’로 재평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1989년 버블 붕괴 이후 장기간 정체됐던 일본 주식이 디지털 인프라 투자, 기업지배구조 개선, 엔화 약세를 동력으로 장기 박스권을 탈피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둘째, 한국 시장의 경우 공매도 재개 후 나타난 ‘롱·숏 동시 확대’는 유동성 확대보다는 변동성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 실적 모멘텀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엇갈린 전망이 지속되는 만큼, 향후 기관의 커버링(covering) 타이밍이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관세 협상이라는 외교·정책 변수 하나가 시장 심리를 단기간에 크게 바꿨다는 점에서, 거시 정책 리스크에 대한 헤지 전략 수립이 필수라는 교훈을 남긴다.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아시아 내 자금 흐름은 ‘일본 집중·한국 양면 전략·중국 경계’라는 3각 구도로 압축된다. 일본이 구조적 매력도를 유지하는 한, 헤지펀드의 글로벌 리밸런싱 과정에서 일본 증시 우호적 자금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