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이 팬데믹 이후 급등과 조정을 반복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포브스(Forbes)의 시장 전망에 따르면, 향후 1년 동안 네 개 주에서 주택 가격이 두 자릿수 수준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
2025년 9월 1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해당 보고서는 플로리다·텍사스·캘리포니아·노스캐롤라이나를 집중 조명했다. 금리 고착화, 공급 증가, 팬데믹 이후 수요 감소가 맞물리며 급격한 가격 하락과 거래 부진이 예상된다는 결론이다.
“높은 모기지 금리와 재고 급증이 겹치면, 과열됐던 주택시장이 곧바로 냉각될 수 있다”포브스 부동산 애널리스트
1) 플로리다 ─ ‘선샤인 스테이트’의 그림자
플로리다 남서부 Cape Coral–Fort Myers 지역은 최근 3년간 11% 이상 가격이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 따르면, 매물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격 인하 압력이 커졌으며, 주택 소유주의 약 8%가 ‘역모기지(집값보다 높은 대출 잔액)’ 상태에 빠졌다.
또한 Surfside 콘도 붕괴 이후 시행된 안전 규정 강화가 관리비 상승으로 이어졌고, 콘도 소유주가 대거 매도에 나서며 해안가 콘도 가격이 급락했다. 뉴스위크 집계에 따르면 노스포트·탬파·잭슨빌·팜베이·델토나 등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 역모기지(negative equity): 주택 시가가 남은 대출 잔액보다 낮아 채무자가 자산가치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2) 텍사스 ─ 재고 증가로 ‘별’이 빛을 잃다
미국내 인구 유입 1위를 자랑했던 텍사스조차 주택 매물 급증을 피하지 못했다. 질로(Zillow) 데이터에 따르면 달러스와 오스틴 모두 지난 1년간 두 자릿수 재고 증가를 기록했으며, 가격 지수는 매달 우하향하고 있다.
특히 오스틴은 팬데믹 기간 60% 넘게 급등했던 ‘거품’이 빠지는 중이다. 현지 중개업체들은 ‘가격 조정(Price Correction)’이라는 표현 대신 ‘소프트 크래시’라는 신조어로 현 상황을 설명한다.
3) 캘리포니아 ─ 서서히 식는 태평양 연안
캘리포니아 평균 주택 가치는 78만6,107달러로 전년 대비 0.6% 하락했다. 하락 폭은 작지만, 거래량이 팬데믹 고점 대비 37% 급감했다는 점이 문제다.뉴스위크
전문가들은 거래 감소가 체감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투기적 수요가 집중됐던 샌프란시스코만·로스앤젤레스 지역이 향후 ‘가격 발견 과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4) 노스캐롤라이나 ─ 숲과 호수의 주도 예외 아냐
한때 ‘정착·은퇴 1순위 지역’으로 꼽혔던 노스캐롤라이나도 가격 조정을 겪고 있다. 주 평균 가격은 0.6% 하락했으나, 주도 롤리(Raleigh)는 2.2% 떨어져 하락 폭이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샬럿(Charlotte) 역시 신규 주택 공급이 늘어나며 매도자 우위 시장이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리·재고·심리 3박자
4개 주 모두 ① 고금리 ② 재고 증가 ③ 수요 심리 위축이라는 공통 분모를 지닌다. 미 연준(Fed)이 기준금리를 단기간에 525bp 인상2022~2024하면서 월 상환액이 급증했고, 팬데믹 특수로 조기 이주했던 인구가 재이탈하는 현상까지 겹쳤다.
모기지 금리(Mortgage Rate)는 주택 구매 시 은행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1%포인트 상승 시 월 상환액이 평균 12%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실수요자·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가격 하락은 매도자에게는 손실이지만,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주택 구입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시장 저점이라도 무리한 레버리지는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남부·서부 지역 보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동북부·중서부 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전망과 리스크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인하 속도 ▲지역별 노동시장 회복 ▲기후 리스크(허리케인·산불) 등 복합 요인이 주택 가격을 좌우할 전망이다. 보험료 인상과 기후 재난 위험이 높은 지역은 추가 디스카운트 가능성이 크다.
“모든 시장이 동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남·서부의 하락과 달리, 뉴잉글랜드·그레이트레이크 지역은 완만한 상승세를 기록 중”포브스 보고서
요약하면, 플로리다·텍사스·캘리포니아·노스캐롤라이나는 고금리와 공급 증가라는 복합 악재로 향후 12개월 이내 가격 급락이 우려된다. 무주택자는 기회를, 보유자는 리스크 관리를 병행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