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택 임대 시장의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부동산 중개·리서치 기업인 햄프턴스(Hamptons)는 22일, 2025년 영국 전역의 임대료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 4.5%에서 1%로 대폭 낮췄다. 이는 최근 임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어든 데 따른 조치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햄프턴스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하락하면서 * 경제적 여유가 있는 임차인들이 매매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어 임대 수요가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대출 금리가 내려가면 월세 지출보다 대출 이자를 부담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세입자가 늘어나 임대 시장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임대 수요는 올 초 예상했던 수준보다 훨씬 더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금리 하락이 세입자의 주택 구매를 자극해 임대료 상승 압력이 완화됐다.” — 햄프턴스 보고서
세부 수치를 살펴보면, 2025년 6월 기준 신규 임대 계약의 월세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20년 8월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임대료가 급등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시장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지방 모두 둔화… 특히 런던 하락 두드러져
임대료 약세는 런던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은 여전히 영국 내 모든 지역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임대료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후 급등세를 주도했던 지역이 다시 되돌림을 겪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지방 도시에서도 임대료 상승률이 크게 둔화돼, 향후 몇 분기 동안 전국 평균 상승률은 한 자리수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하락의 파급 효과
이번 전망 하향의 핵심 배경은 금리 사이클의 전환이다. 영국은행(BoE)이 인플레이션 완화를 이유로 통화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시장 금리는 2024년 말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인하 폭이 예상보다 컸고, 그 결과 임차인 중 특히 고소득·전문직 계층이 “지금이 매수 적기”로 판단해 대거 주택 구매에 나섰다. 햄프턴스는 “이들이 임대 주택 시장의 주요 수요층을 형성해 왔다는 점에서, 수요 공백이 생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전문가 해설: 모기지란?
모기지(mortgage)는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받는 장기 대출을 의미한다.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로 번역된다. 대출 금리가 낮아지면 매달 납부해야 하는 이자 부담이 줄어, 임차료와 비교해도 비용 차이가 크지 않다. 이 경우 세입자가 자산 형성을 위해 매매로 전환할 유인이 커진다.
향후 전망 및 잠재적 영향
햄프턴스는 금리 하향 안정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26년에도 임대료 상승 폭은 한 자릿수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주택 공급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임대 시장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구조적 공급 부족 문제가 재부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투자 목적의 임대주택 보유를 고려하는 개인·기관 투자자라면, 금리 환경이 좋아진 만큼 대출 레버리지를 이용한 수익률 제고 전략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면, 이미 다주택을 보유한 임대인은 임차 수요 약화를 반영해 임대료 책정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구체적 수치와 시장 반응
시장조사업체 라이트무브(Rightmove)와 줌플라(Zoopla)의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런던 외곽(Zone 3~6)의 평균 월세는 1년 전보다 1.2% 하락했고, 북부 잉글랜드 주요 도시(맨체스터·리즈·뉴캐슬) 역시 0.7% 하락했다. 반면 서머싯·콘월과 같은 휴양지 수요가 많은 지역은 0.9% 상승해, 지역별 편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비균질적 시장 흐름을 “포스트 팬데믹 재균형”으로 정의한다.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 확산으로 인기가 높았던 교외·전원 지역은 매입 수요가 여전히 강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견조하지만, 도심 고가 아파트는 입주 공실률이 늘며 가격방어가 어려워졌다.
함의 및 정책적 시사점
임대료 상승세 둔화는 영국 통계청(ONS)이 발표하는 CPI(소비자물가)에도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거비 비중이 큰 소비자물가지수 특성상, 임대료가 안정되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을 위한 영란은행의 정책 여력이 확대된다. 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매매 수요가 더 늘어, 임대 수요 위축이 자기강화(self-reinforcing) 국면에 진입할 소지가 있다.
한편 사회 주택 단체들은 “임대료 급등기 동안 주거 불안을 겪어온 저소득층에게 이번 완화 국면이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공공 임대 공급 확대와 전세 시장의 제도적 투명성 강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경기 회복 시 임대료가 재차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종합
결국 햄프턴스의 전망 하향은 금리와 임대 시장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재확인시켜 준다. 향후 통화정책 변화, 인구 이동 패턴, 주택 공급 정책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복합적인 임대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임대인, 정책 당국 모두 세부 지역별·계층별 데이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적 대응을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