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트럼프, Fed 이사 리사 쿡 해임 불가”…연준 독립성 재확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독립성을 둘러싼 헌정사상 초유의 충돌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연준 이사 리사 쿡(Lisa Cook)을 해임할 수 없다는 항소심 판결을 받으면서, 쿡 이사는 예정대로 이번 주 통화정책 회의(FOMC)에 참석하게 됐다.

2025년 9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District of Columbia Circuit)은 2 대 1의 비율로 법무부가 제기한 ‘해임 명령 집행정지 신청’(stay)을 기각했다.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한 임시 구제조치는 좌절됐으며, 쿡 이사를 즉각 해임하려던 시도 또한 사실상 막혔다.

앞서 연방지방법원의 지아 콥(Jia Cobb) 판사는 1주일 전 1심 판결에서 “대통령이 제시한 주택담보대출 사기(mortgage fraud) 혐의만으로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중대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쿡 이사 측은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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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1913년 연준 설립 이후 현직 대통령이 현직 이사를 직접 해임하려고 시도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금융권과 학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시장 참여자들은 대통령의 개입이 확전될 경우 정책 결정 과정이 정치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연준에 “기준금리를 더 aggressiv하게 인하하라”고 공개 압박해 왔으며,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에 대해서도 해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institutional independence)에 대한 논쟁을 촉발했고, 최근에는 쿡 이사 해임 시도로 법적·정치적 파열음까지 번졌다.


판결의 구체적 의미와 향후 전망

이번 항소심 판결은 대통령의 해임 권한독립 규제기관의 지위가 충돌할 경우, 법원이 독립성을 우선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헌법학계에서는 “이사 임기는 법률로 정해진 만큼, ‘중대한 범법 행위(cause)’ 없이는 대통령이 임기 중간에 해임할 수 없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제로 1935년 대법원 Humphrey’s Executor 판례도 이 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Supreme Court)에 상고(petition for certiorari)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할 경우 연준 독립성 vs. 대통령 권한이라는 헌정사적 쟁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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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FOMC,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

이번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최소 25bp(0.25%p) 인하할 것으로 ‘광범위하게’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근원 인플레이션이 기대만큼 둔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추가 인하가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bp(basis point)는 기준금리·수익률 변동 폭을 나타내는 최소 단위다. 1bp는 0.01%p에 해당하므로, 25bp는 0.25%p가 된다.

쿡 이사는 대표적 ‘비둘기파’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그녀의 참석 여부는 회의 결과뿐 아니라 점도표(dot plot)에 반영될 금리 전망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3인의 트럼프 측 인사가 포진한 7인 이사회 구성이 중장기적 통화정책 경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


스티븐 미란, 상원 인준 통과

한편 상원은 스티븐 미란(Stephen Miran) 백악관 경제고문연준 이사 지명안을 근소한 표차로 가결했다. 미란 이사는 아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전 이사의 잔여 임기(2026년 1월 만료)를 채우게 되며, 곧바로 이번 주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우호적 성향을 띤 이사는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총 3명이 된다. 7명의 투표권자 중 3명이 같은 행정부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는 점은 향후 금리 결정 과정에서 정책 스펙트럼을 더욱 넓히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준 독립성, 왜 중요한가?

연준은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을 추구하는 미국의 최상위 중앙은행이다. 역사적으로도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장기적·안정적 경제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왔다. 만일 여·야 정권 교체나 선거 일정에 따라 금리가 인위적으로 조정된다면, 자산시장과 실물경제가 과도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독립성은 국제 신용평가사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예측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법적 차원을 넘어, 달러화 및 미국 국채 시장에도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할 수 있다.


기자 시각 및 분석

이번 판결은 정치적 압박과 법적 장치가 충돌할 때 사법부가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지킨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 상고 여부에 따라 사건이 장기화될 수 있지만, 유사한 시도가 재발할 경우 사법부의 전례가 명확해졌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2024~2025년 미국 대선 국면에서 금리 인하 압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중앙은행에 대한 정책 신뢰(credibility)가 유지될지 여부는 달러화 강세·약세뿐 아니라 신흥국 자본 흐름에도 직결될 수 있다.

결국 “대통령의 거시경제 목표와 중앙은행의 물가·고용 목표가 상충할 때, 시장은 어느 쪽 손을 들어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다시 한 번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