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원, 트럼프 대통령의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시도에 ‘제동’…FOMC 회의 전 해임 불가 판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직전에 대통령이 이사 해임을 시도한 초유의 사태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2025년 9월 16일(현지시간), CNBC 뉴스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 특별구(D.C.) 연방항소법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전까지 해임할 수 없다는 하급심 결정을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쿡 이사는 9월 16일 오전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 회의에 정상적으로 참석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표결할 수 있게 됐다. 투자자와 정책 담당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회의는 미 통화정책의 향방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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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 시도 과정과 법원의 판단

트럼프 대통령 측 법률팀은 9월 11일 긴급 신청을 통해 “대통령은 연준 이사 해임 권한을 가진다”며 하급심 결정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9월 12일 미 연방지방법원의 지아 콥 판사는 쿡 이사가 제기한 소송이 헌법상 적법절차(Due Process) 위반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즉각 해임을 가처분으로 막았다.

컬럼비아 특별구 연방항소법원 3인 재판부(재판장 J. 미셸 차일즈, 브래들리 가르시아, 그레고리 카차스)는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하지는 않았다. 차일즈와 가르시아 두 판사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로, ‘해임 정지’ 결정을 지지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임명된 카차스 판사는 반대 의견을 냈다.

가르시아 판사는 보충 의견에서 “본 사안은 최근 다른 대통령 해임 사건들과는 ‘다양한 고유의 특징’이 있다”며 대통령 측이 요구하는 긴급정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항소법원은 짧은 명령문에서 대통령 측은 항소 계류 중 집행정지를 위해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stringent requirements)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FOMC와 연준 이사의 역할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준 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 7명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가운데 5명이 참여해 미국의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와 자산매입 등 핵심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연준 이사 한 명의 표결권은 표수상으로는 1/12이나, 대내·외적 신호 효과가 커 개별 인사의 배제 여부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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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 쿡 이사는 2022년 임명되어 연준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이사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는 학계(미시간주립대)에서 거시경제학과 국제경제를 연구했으며,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포용적 성장을 강조해 왔다.


정치적·경제적 파장

이번 법원 결정은 대통령과 독립적 중앙은행 간 권한 경계를 둘러싼 헌법적 논쟁을 재점화했다. 통화정책 독립성은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신뢰의 핵심 전제라는 점에서, 이사 해임 시도는 ‘연준에 대한 정치적 압력’ 논란을 불러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쿡 이사가 FOMC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매파(긴축 선호) VS 비둘기파(완화 선호) 구도가 달라져 금리 인하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금리 논의 구도가 유지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5일 스티븐 미란을 연준 이사로 지명·상원 인준을 완료했다. 미란은 동시에 백악관 직책을 유지하기로 해, ‘정책 조율’ 가능성을 놓고 금융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 견해Opinion

기자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은 통화정책의 독립성과 법치주의 간 상호 작용을 시험하는 사례다. 대통령이 통화정책 기구 구성원을 직접 해임하려 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향후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질 경우 헌법상 행정권 한계를 재정립하는 판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2024년 후반부터 재점화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우려 속에서 금리 인하 여부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을 좌우한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 계속 개입하려 한다면, 달러 가치와 장기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더 나아가 연방준비제도 이사 해임 요건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현행 법체계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는 향후 미 의회에서 독립기관 임원 보호장치를 강화하거나, 반대로 대통령 권한을 넓히는 방향으로 개정 논란이 불붙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트럼프 대통령 측은 항소심 본안에서 승소를 목표로 추가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의 ‘해임 정지’ 판결은 대법원이 별도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최소한 오는 12월 정례 FOMC 회의까지는 유효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25bp(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60% 내외로 반영하고 있으며, 점도표(Dot Plot)에 나타날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쿡 이사의 참석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금리 결정’보다도 광범위한 거버넌스(지배구조) 리스크를 부각시켰다. 이는 특정 정책 결과보다 제도적 안정성이 투자 심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