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JFK)에는 7월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둔 2024년 7월 2일,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에서 7월은 연중 가장 바쁜 여행 성수기이지만, 항공사들은 예전만큼 손쉽게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25년 8월 1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올해 8월 운항편수를 조정했다. 이는 학사 일정 변화, 여유로운 여행객층의 일정 재편, 그리고 유럽 노선 수요가 가을로 이동한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은퇴자처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여행객은 붐비고 무더운 한여름 대신 선선한 9~10월을 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항공사들의 전통적 ‘황금 분기’는 2·3분기다. 그러나 최근 수요 패턴이 더욱 변덕스러워지면서 3분기가 자동으로 ‘실적 보증 수표’ 역할을 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인건비·연료비 등을 고려하면, 정교한 노선 운영이 필수적이다.
변경된 일정과 항공권 가격 상승
항공사들은 레저 수요가 정점을 찍는 6~7월 이후 급감하는 8월 수요를 겨냥해 일정 축소에 나섰다. 과잉 공급은 올여름 항공권 가격을 낮췄으나, 최근 감편 조치로 7월 항공권은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 6월 대비 계절조정 기준 4% 상승했다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이를 방증한다.
항공 데이터 업체 시리움(Cirium)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의 8월 국내 공급석은 7월보다 6% 줄어든다. 전년 동기간엔 4%대 감편, 팬데믹 전인 2019년엔 1.7% 감편에 그쳤다. 이는 ‘빅이어’를 예상했던 항공사들이 수요 불확실성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2025년 상반기 소비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재도입 논란 등 경제 불확실성을 저울질했다. 이에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 등 대형 항공사는 6~7월 성수기 티켓마저 할인 판매했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델타·아메리칸·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는 2025년 연간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반면 제트블루(JetBlue) 마티 세인트 조지 사장은 “5월 중순부터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 예약이 급증했고, 6월까지 호조가 이어졌다”면서도 “예약이 막판에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capacity’는 항공사가 공급하는 좌석 수를 뜻한다. ‘Memorial Day’는 미국의 전몰장병 추모일로, 5월 마지막 월요일이 공휴일이다.
내년을 향한 전략
학사 일정 변화는 항공사들의 노선 기획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아메리칸항공 네트워크·스케줄 담당 부사장 브라이언 즈노틴스는 “학교가 점점 일찍 개학·방학을 하기 때문에 내년 여름 스케줄을 메모리얼 데이 이전으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해당 계획에는 장거리 국제선 증편도 포함된다.
텍사스에 기반을 둔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여름 일정 종료일을 2023년 8월 15일에서 올해 8월 5일로 10일 앞당겼다. 달라스·포트워스 공립학교는 8월 5일, 애틀랜타 공립학교는 8월 4일에 이미 개학했다. 퓨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공립학생의 절반 이상이 8월 중순 이전에 학교로 돌아갔다.
즈노틴스 부사장은 “연중 항공사로서 1분기처럼 수요가 약한 시기에 좌석을 줄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요가 약할 때는 단지 ‘좌석을 채우기’를 기다릴 수 없으며, 제품 개선·편리한 시간대 배치 등으로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항공은 8월 좌석 기준 공급이 7월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회사는 3분기 주당 0.10~0.60달러 손실을 예측해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로버트 아이솜 CEO는 “7월이 특히 어려웠다”면서도 최근 예약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분석
레이먼드제임스 증권의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 사반티 시스는 “일부 항공사는 부활절 일요일 미사용 대성당을 짓듯 ‘극성수기 기준’으로 조직을 꾸린 뒤 인원 과잉 상태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여름 피크가 끝나기도 전에 업계 전반이 일제히 감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면서도 “수요·운임 전망은 점차 밝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됐고, 지출 의욕이 높아지고 있다.” — 사반티 시스, 레이먼드제임스 애널리스트
*비유 설명: ‘교회 규모를 부활절에 맞춘다’는 표현은 1년 중 가장 붐비는 날을 기준으로 조직·시설을 과대 확장했다가 평상시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을 비판할 때 쓰인다.
결국 항공사들은 탄력적 스케줄 운영과 비용 구조 조정을 통해 불확실한 수요에 맞설 필요가 있다. 공급 축소와 최근 예약 증가 흐름이 맞물리면서, 업계는 수급 균형 회복과 운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