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은행(BOK)이 기준금리 전망 경로를 시각적으로 제시하는 ‘닷플롯(dot plot)’ 방식을 도입해 사전지침(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주최한 ‘캄데수(Camdessus) 중앙은행 강연’에서 “한국은행은 사전지침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이를 대외 공개 채널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총재에 따르면, 현재는 내부 시범 운용 단계로서 6명의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향후 1년 동안 예상하는 정책금리를 점(dot)으로 표시해 그래프로 작성하고 있다. 이 그래프는 당분간 내부 분석용으로만 활용되지만, 대외 공개가 공식화될 경우 한국은행의 의사소통 방식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포워드 가이던스 체계 개편
현재 한국은행은 통화정책 결정 직후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총재가 위원 6인의 ‘조건부 3개월 전망’을 구두로 공개해 왔다. 그러나 ‘닷플롯’이 도입되면 시장 참가자는 단순한 수치나 수사(修辭)가 아닌 시각적 확률 분포를 통해 위원 개개인의 금리 전망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은행 측 설명에 따르면, 각 위원은 시계열 구간별로 2~3개의 점을 찍어 상·중·하단 시나리오를 동시에 제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효과적인 통화정책 소통 창구로 발전시키겠다.” — 이창용 총재
한국은행은 8월 28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6 대 1의 표결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했다. 당시 결정은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의 예상과 부합했다.
용어 해설: 포워드 가이던스와 닷플롯
포워드 가이던스란 중앙은행이 향후 금리 경로와 정책 의도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기법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12년부터 점을 찍어 각 위원의 금리 전망을 그래프로 나타내는 ‘닷플롯’을 도입했다. 점들이 모여 형성한 분포는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투자자·기업·가계의 의사결정을 돕는 실천적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은행이 ‘닷플롯’을 공표하면 국내 채권시장 참여자는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점도표와 유사한 정보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수익률곡선 예측,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분석, 파생상품 헤지 전략 등에서 정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학계의 시사점
전문가들은 “포워드 가이던스가 구두 형태에 머물면 해석의 여지가 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시각화된 점도표는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점도표가 예측이 아닌 조건부 전망임을 명확히 고지해야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센터장, 브로커리지 애널리스트, 학계 인사 등은 “위원 개별 전망이 공개되면 향후 위원 구성 변화가 시장 기대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것”이라며 금융통화위원회 인적 구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향후 과제와 전망
한국은행은 내부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점도표 공개 범위, 데이터 업데이트 주기,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을 세부 조정할 예정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 목표와 성장률 전망 등 거시변수와의 연동성을 어떻게 명확히 나타낼지에 대한 추가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창용 총재는 “궁극적으로 사전지침을 통해 통화정책 결정 과정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4년 이후 이어진 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도 정책 신호를 명확히 전달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국 ‘닷플롯’ 공표는 한국은행이 글로벌 중앙은행 수준으로 의사소통 체계를 진화시키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향후 공개 시점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시장은 조기 도입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