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7월 소비자물가 0.9%… 2019년 10월 이후 최저치

필리핀 통계청(PSA)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서 2025년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0.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1.4% 대비 큰 폭으로 둔화된 수치이며, 2019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이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필리핀 물가 안정의 핵심 요인은 전기·상수도 등 공공요금의 상승세 둔화다. 필리핀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에너지·식료품 가격이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민간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완만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서비스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생필품 전반의 가격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PSA 관계자

앞서 로이터가 실시한 경제학자 15인 설문조사에선 7월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1.1%가 제시됐다. 이번 발표치는 시장 기대치보다 0.2%p 낮았으며, 동시에 필리핀 중앙은행(BSP)이 제시한 목표 범위(0.5%~1.3%) 안쪽에서도 하단에 근접했다.

헤드라인·근원 물가 지표 비교

통계청은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물가(core inflation)가 7월에 2.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헤드라인 지표(0.9%)와 달리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통상 근원물가는 정부·중앙은행이 중장기 정책 결정 시 참고하는 핵심 지표다.

헤드라인 vs. Core, 무엇이 다른가?

헤드라인 물가(Headline CPI)는 모든 상품·서비스 가격 변동을 반영하지만, 국제 유가·농산물 가격처럼 단기간 급등락이 잦은 품목까지 포함한다. 반면 근원 물가(Core CPI)는 해당 변동성과 무관한 품목을 제외해 장기 추세를 보여준다. 따라서 근원 물가가 헤드라인보다 높다는 것은 단기적 요인 외에도 내재적 물가 압력이 여전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BSP 정책 전망

BSP는 올해 초부터 기준금리를 6.50%로 동결해 왔다. 물가안정세가 확인될 경우 연내 추가 금리 동결 혹은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근원물가가 2%대 중반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은 긴축 기조를 완전히 해제하기엔 부담 요인으로 지적된다.

시장조사업체 ING의 이코노미스트 니콜라스 마파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0.9%라는 숫자는 인플레이션 파이트의 중요한 이정표이나, BSP가 곧바로 완화로 전환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긴축 여부와 환율 불안, 국제 유가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섣부른 금리 인하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투자 영향 분석

물가 하락은 가계 실질 소득을 높여 소비 여력을 늘리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동시에 전력·수도 요금이 안정되면 제조업·서비스업 기업들의 생산 비용도 낮아져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2%대라는 점은 기업들이 임금·원자재 부담을 완전히 떨쳐내기엔 이르다는 해석을 낳는다.

향후 변수

전문가들은 3분기 이후 기상 이변(엘니뇨)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 국제 유가 재상승 등이 헤드라인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PSA 역시 “식품·에너지 가격이 재차 불안해질 경우 물가 흐름이 반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층 분석 및 전망

BSP의 금리 정책
물가가 목표 범위 하단에 근접했지만, BSP가 즉각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Fed의 통화정책, 페소화 환율 안정, 자본 유출입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5년 4분기 혹은 2026년 초까지는 현 수준 동결이 유력하다.

재정·통화정책 공조
필리핀 정부는 올해 9월부터 전력요금 부과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병행해 중장기적으로 공공요금 구조가 안정되면 공급 측 인플레이션 압력도 완화될 전망이다.

환율 리스크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가격에 전가될 우려가 있다. BSP는 외환시장에서의 과도한 변동성 억제를 위해 역외 통화스와프·시장개입 등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0.9%라는 사상 최저 수준의 헤드라인 물가는 필리핀 경제에 분명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아세안 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할 때 물가 변동성이 큰 구조적 한계, 근원 인플레가 여전히 2%대에 머문 점은 정책 결정자들이 신중함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