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Philly Fed)이 발표한 8월 제조업 활동 지수가 예상과 달리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해당 지표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광역권의 제조업 경기를 가늠하는 핵심 선행지표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바가 크다.
2025년 8월 21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연은이 집계한 현재 일반활동 확산지수(diffusion index for current general activity)는 7월의 15.9에서 8월 −0.3으로 급락했다. 숫자가 음수(−)로 전환됐다는 점은 지역 제조업 여건이 성장세에서 수축(contraction) 국면으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7.0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지표가 크게 악화된 데에는 신규주문(new orders) 부문의 급격한 둔화가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신규주문 지수는 7월 +18.4에서 8월 −1.9로, 약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이는 지역 내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같은 기간 출하지수(shipments index) 역시 23.7에서 4.5로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아직 양의 영역을 유지했다.
필라델피아 연은은 “출하 활동이 둔화됐으나 여전히 증가세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용지수(number of employees index)는 전월 10.3에서 5.9로 떨어졌다. 다만 은행 측은 “응답 기업들은 전체적으로는 고용 확대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지표 수준이 양의 영역에 머무르는 한, 지역 기업들이 감원보다는 채용 유지·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물가 부문에서는 상반된 흐름이 확인됐다. 투입가격(prices paid) 지수는 58.8에서 66.8로 껑충 뛰어 202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판매가격(prices received) 지수도 34.8에서 36.1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기업들이 원가상승 압력을 제품 가격에 일정 부분 전가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근원적으로 잔존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6개월 뒤를 내다보는 미래 일반활동 지수(future general activity)는 7월 21.5에서 8월 25.0으로 상승했다. 즉, 현재 지표는 부진하지만 응답 기업들은 향후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표 해설: ‘확산지수’(Diffusion Index)란 무엇인가?
확산지수는 조사 대상 기업 중 ‘상승’ 응답 비중에서 ‘하락’ 응답 비중을 뺀 뒤, 여기에 100을 곱해 산출한다. 0을 기준으로 양수면 확장, 음수면 수축을 의미한다. 폭이 클수록 활동 강도가 두드러진다. 따라서 −0.3은 ‘약한 위축’을 뜻하나, 전월 대비 급변했다는 점 때문에 금융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Philly Fed Index의 시장 민감도
필라델피아 연은 지수는 전국 제조업 동향을 나타내는 ISM 제조업 PMI 등에 앞서 발표되므로, 기업·투자자들이 경기 국면을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많이 활용한다. 통상 지수가 세 달 연속 음수로 머물면 경기 침체(recession) 가능성이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결과만으로 경기침체를 단언하긴 어렵다. 첫째, 고용·출하 지수가 양(+)의 영역을 지키고 있으며, 둘째, 기업들이 6개월 후 경기를 낙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Federal Reserve(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성을 점치려면 향후 발표될 다른 지역 연은 지표 및 전국 단위 제조업 PMI, 고용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시장 파장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물가 압력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 모멘텀이 흔들린다는 점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리스크를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특히 투입가격 지수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큰 산업재·소재 섹터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반면 방어주나 고배당주가 상대적 수혜를 볼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차가 다시 확대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종합 평가
결론적으로, 8월 Philly Fed 지수는 헤드라인 숫자 자체보다 구성 항목의 변동성과 물가 지표의 재급등이 더 큰 함의를 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규주문 급락 △투입가격 상승 △기업들의 미래 낙관이라는 상반된 신호를 해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향후 9월 FOMC 회의에서 통화정책 결정권자들이 물가·고용 데이터를 어떻게 평가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