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E.W. 스크립스 장기신용등급 ‘CCC’로 상향… 2027년 만기 차환 효과 반영

[뉴욕]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가 E.W. 스크립스 컴퍼니(The E.W. Scripps Company)장기 발행자 디폴트 등급(Issuer Default Rating·IDR)을 기존 ‘CCC-’에서 ‘CCC’로 한 단계 상향했다. 이번 결정은 회사가 2027년 만기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행한 재차환(리파이낸싱) 작업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피치는 스크립스의 선순위 담보부 채권(senior secured debt)을 ‘B’·RR1으로, 선순위 무담보 채권(senior unsecured debt)을 ‘CC’·RR6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또한 새로 발행된 2순위 담보부 채권(senior secured second-lien debt)에 대해서는 ‘CCC-’·RR5 등급을 부여했다.

피치는 “올해 상반기 이루어진 일련의 차환 조치 덕분에 스크립스의 단기 유동성이 개선됐다”면서도 “장기적으로 TV 방송 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이 계속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회사는 향후 4년간 약 18억 달러의 부채 만기를 앞두고 있으며, 이번 2순위 채권 발행에도 불구하고 2028년까지 자력으로 자본 구조를 건실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피치의 판단이다.


◆ TV 방송 산업의 구조적 도전

피치는 보고서에서 “전통적인 지상파 지역 방송국(Local TV) 모델이 거대 네트워크의 직접 소비자 대상 플랫폼(DTC) 강화에 따라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네트워크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콘텐츠가 지역 방송사를 통해 배급되던 방식이 스트리밍 독점으로 전환되면서, 스크립스와 같은 지역 방송사는 장기 성장 동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국 광고 시장은 팬데믹 이후 높은 금리디지털 미디어 간 경쟁 심화 탓에 지난 4년간 성장세가 둔화됐다. 스크립스의 핵심 수익원 가운데 고마진 재전송료(retransmission fee) 부문 역시 케이블망 비용 상승유료방송 가입자 감소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다고 피치는 평가했다.


◆ 주요 가정 및 전망

피치가 제시한 주요 재무 가정에 따르면, 2025년은 정치 광고 수요가 거의 없는 비선거해이자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기로, 스크립스의 핵심 광고 매출중·고 한 자릿수(mid- to high-single digit) 감소가 예상된다. 2026년에는 완만한 회복을 거쳐, 2027~2028년에는 평균 중간 한 자릿수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피치는 2027년 만기 선순위 무담보채를 이미 선제적으로 상환(pre-refunded)한 스크립스의 움직임을 반영해 해당 채권 등급을 공식적으로 철회(withdrawn)했다.


◆ 용어 해설

Issuer Default Rating(IDR)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모든 금융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 평가하며, ‘CCC’ 등급은 ‘부도 위험이 실질적으로 존재하지만 아직 지급불능 상태는 아님’을 뜻한다.

Recovery Rating(RR)은 채무 불이행 발생 시 투자자가 원리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는지를 1~6단계로 평가한다. RR1은 ‘90~100% 회수 가능’, RR6은 ‘10% 미만 회수 가능’을 의미한다.


◆ 기자의 시각

이번 상향 조정으로 스크립스는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였으나, 콘텐츠 소비의 구조적 변화광고 시장의 디지털 전환이 지속되는 한 신용도 개선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피치가 선순위 담보부에만 ‘B’ 등급을 부여하고, 무담보·2순위에 대해 낮은 등급과 낮은 회수율(RR6·RR5)을 제시한 것은 자본 구조 내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방증이다. 스크립스가 장기적으로 더 높은 등급으로 나아가려면 플랫폼 다각화비(非)광고 수익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한편, 고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차환 비용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스크립스의 유동성 관리 전략과 차입 구조 재편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