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플랫폼 기업 피그마(Figma)가 미국 증시 상장을 통해 최대 13억 65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피그마와 일부 기존 투자자는 주당 25달러에서 28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3690만 주를 매각해 10억 3000만 달러가량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는 최근 활기를 되찾은 글로벌 기술주 IPO 시장에 또 다른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상장은 어도비(Adobe)와의 200억 달러 규모 인수 계약이 유럽연합(EU)과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규제 장벽으로 무산된 지 1년여 만에 이뤄지는 새로운 전환점이다.
“피그마는 협업 중심의 제품 특성 덕분에 바이럴(viral) 확산과 바텀업(bottom-up) 채택이 동시에 이뤄져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 효율성을 자랑한다.”
라고 벤처캐피털 ‘씨어리 벤처스(Theory Ventures)’ 설립자 토마스 퉁구즈(Tomasz Tunguz)는 평가했다.
기술주 IPO 시장의 ‘부활 신호’
올해 들어 미 증시 반등과 잇따른 성공적 신규 상장 덕분에 침체됐던 공모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특히 지난달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 서클(Circle)이 상장 첫날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한 이후 투자심리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피그마 역시 비트코인 친화적 기업으로 분류되며 소셜미디어에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다. 피그마는 3월 31일 기준 비트와이즈(BITW) 비트코인 ETF에 약 7000만 달러를 투자했으며, 추가로 3000만 달러를 더 배정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유로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투자자들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에 손쉽게 진입하며, 이는 다시 기술·핀테크 기업의 자금조달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피그마 비즈니스 모델과 실적
피그마는 브라우저 기반에서 UI·UX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공동작업을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이다. 복잡한 설치 과정 없이 URL만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디자인·개발 협업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나우(ServiceNow), 워크데이(Workday), SAP 등 대기업 고객군을 확보한 피그마는 2025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6%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이 세 배 이상 뛰어올랐다. 시장 확대와 함께 현금흐름이 안정된 덕분에 일부 증권가는 상장 후 조기 흑자 기조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딜런 필드(Dylan Field)는 최근 투자설명서에서
“단기적으로 다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결정도 과감히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
라며 인수합병(M&A) 전략에도 공격적인 의지를 보였다. 이는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빅 스윙(big swings)’ 행보로 해석된다.
상장 구조와 주관사
피그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종목 코드 “FIG”로 상장할 예정이다. 이번 공모의 대표 주관사는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이며, 앨런앤코(Allen & Co)와 JP모건 체이스가 공동으로 참여한다.
상장 이후 유통 물량은 전체 지분의 약 13% 수준으로 추산된다. 락업(lock-up) 기간이 끝난 뒤 발생할 대주주 매물은 주가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영향 및 전망
최근 기술주 랠리와 더불어 인공지능(AI)·클라우드·핀테크 분야 종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피그마의 공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산도스(Sandoz)·레딧(Reddit) 등 대기 중인 빅딜의 상장 일정에도 속도가 붙어 하반기 미국 IPO 시장에 ‘상승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경로와 지정학적 리스크, 그리고 중국 경기 둔화 등 거시 변수는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는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성장성 대비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았는지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 참가자들은 피그마의 성공적 데뷔가 UI·UX 협업 솔루션뿐 아니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디자인 플랫폼 전반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국내 기업으로는 프레임아일랜드, 펜슬로이드 등이 유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상장 결과에 따라 한국 SaaS 업계에도 관심이 확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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