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NEW YORK) —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발행사인 피겨 테크놀로지스(Figure Technologies Inc.)가 기업공개(IPO) 규모와 공모가 범위를 동시에 상향 조정하며 증시 데뷔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9월 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주당 20~22달러로 공모가 밴드를 높였고, 공모주식 수를 3,150만 주로 확대했다. 이는 기존 계획이었던 주당 18~20달러, 2,600만 주에서 모두 상향된 것이다.
최고가격인 22달러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공모 자금은 약 6억9,300만 달러(약 9,260억 원)로 늘어나며, 시가총액은 46억6,000만 달러(약 6조2,2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예상치였던 5억2,600만 달러 조달, 41억 달러 밸류에이션보다 각각 크게 증가한 수치다.
암호화폐 랠리, 투자자 수요 자극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인 규제 기조를 보이면서 디지털 자산 관련주는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거래소 불리시(Bullish)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Circle)의 성공적인 증시 입성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며 피겨의 몸값도 동반 상승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존 법정화폐(달러 등)의 가치를 1:1로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자산을 뜻한다. 결제·송금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아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피겨 테크놀로지스, 무엇을 하는 기업인가
2018년 마이크 캐그니(Mike Cagney)가 공동 설립한 피겨는 블록체인 네이티브 금융 플랫폼을 운영한다. 핵심 사업은 ▲주택 담보 대출(HELOC) ▲소비자 신용 거래 ▲디지털 자산 투자 등으로, 회사 측은 “업계 평균 42일이 소요되는 주택 자금 조달을 자사 플랫폼에서는 10일 만에 완료한다”고 강조한다.
실적 역시 개선세다. 2025 회계연도 상반기(1~6월)에 2,900만 달러 순이익을 기록, 전년 동기 1,300만 달러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상장 일정·공동 주관사·핵심 투자자
주식은 9월 11일(목) 나스닥 시장에서 티커 “FIGR”로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 제프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이 공동 주관사로 참여한다.
또한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의 듀케인 패밀리 오피스(Duquesne Family Office)가 최대 5,000만 달러어치 주식을 매입할 의향을 밝혔다고 회사는 전했다.
전문가 시각·시장 파급 효과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IPO 증액이 암호화폐 친화적 정책 기대감과 투자심리 과열을 반영한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당 22달러 상단이 책정되면 진입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에 대한 장기 성장성을 고려하면 합리적 밸류에이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규제 리스크·금리변동·시장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로 꼽힌다. 만약 글로벌 규제 환경이 급변하거나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수요와 기업 실적에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용어·배경 설명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이 최초로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해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다. 상장 시점에는 성장 자본 확보와 지배구조 투명성 향상 효과가 있지만, 주가 변동성과 공시 의무 부담도 따른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유로·엔 등 실물통화 자산을 준비금으로 가지거나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치를 연동함으로써,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변동성 높은 암호화폐와 달리 가치 안정을 추구한다.
도널드 트럼프 재임기의 암호화폐 친화 정책으로는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 완화, 디지털 자산 과세 기준 명확화 등이 거론된다. 이런 정책 기조는 기업·투자자의 규제 불확실성 해소로 이어져 투자 수요를 자극한다.
전망과 결론
피겨 테크놀로지스의 IPO 흥행 여부는 암호화폐·핀테크 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자금 조달에 성공할 경우, 블록체인 기반 대출·결제 솔루션이 전통 금융권의 대안을 넘어 주류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반대로 상장 이후 주가 변동폭이 커지면, 여전히 불투명한 규제 환경과 프로젝트 실적 의존도가 시장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모가 상향 조정은 디지털 자산 경제로의 본격적인 자본 유입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은 향후 피겨 주가 흐름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가 전통 금융시스템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