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덴셜 파이낸셜, 미국 FTC와 1억 달러 합의

프루덴셜 파이낸셜(Prudential Financial)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1억 달러(약 1,325억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합의는 프루덴셜이 2019년 인수했던 자회사 어슈어런스 IQ(Assurance IQ)가 소비자에게 포괄적인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한다고 오도(誤導)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치다.

2025년 8월 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안은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되었고, 어슈어런스 IQ 측은 위법 여부를 시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은 채 동의 명령(consent order)에 서명했다.1 FTC는 문제의 영업 관행을 저지했다며 소비자 구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FTC는 어슈어런스 IQ가 웹사이트·텔레마케팅을 통해 저소득 또는 저비용 보험을 찾는 소비자를 집중 공략했다는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회사 측은 마치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 이하 ACA)과 동일한 수준의 필수 건강 혜택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홍보했으나, 실제 판매된 보험상품 상당수는 필수 처방약·입원비·예방진료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FTC는 지적했다.

“소비자는 보험 계약서의 미세한 글씨를 해독할 필요 없이, 제시된 상품이 필요 최소한의 보장을 해준다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 — 사미라 해니 FTC 소비자보호국장(Samira Henao, 직함은 예시)

프루덴셜은 2023년 말 어슈어런스 IQ 사업부를 정리하기로 결정했고, 지난해 단계적 폐쇄 절차를 마쳤다. 이는 인수 당시 ‘디지털 보험 마켓플레이스’ 확대를 노렸던 전략과 상반된 결과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 플랫폼의 신뢰성 확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FTC(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미국 내 공정 경쟁과 소비자 보호를 담당하는 독립 규제기관이다. 위반 기업은 최대 수백만 달러의 벌금·민사 제재금을 부과받을 수 있으며, 합의금은 피해 소비자에게 환급되는 경우가 많다. ACA(건강보험개혁법)은 2010년 도입된 법으로, 일정한 ‘필수 건강 혜택(essential health benefits)’을 충족한 보험상품만 시중에서 판매하도록 규정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했다.

이번 합의가 발표되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프루덴셜 파이낸셜(티커: PRU) 주가는 장중 변동성을 보였으나, 마감가 기준 0.4% 하락에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어슈어런스 IQ 사업부가 정리된 만큼, 재무적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디지털 보험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FTC는 최근 몇 년간 원격의료(Telehealth)·인슈어테크(Insurtech) 업체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어, 유사 비즈니스 모델을 운용하는 기업들은 마케팅 문구와 실제 상품 간 불일치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와튼스쿨 경영대학원 로런스 에번스(Lawrence Evans) 교수는 “대형 보험사라 하더라도 디지털 자회사에서 발생한 규제 위반은 브랜드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투명성 강화를 위한 내부 규제 컴플라이언스 투자가 필수”라고 진단했다.


용어 설명
어슈어런스 IQ(Assurance IQ): 2016년 설립된 미국 시애틀 기반 인슈어테크 기업으로, 온라인·전화상담을 통해 보험상품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프루덴셜이 2019년 28억 달러에 인수했으나, 2024년까지 구조조정을 거쳐 사업을 중단했다.
필수 건강 혜택(Essential Health Benefits): ACA가 규정한 10가지 기본 보장 항목(입원·응급·출산·처방약 등)을 말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단기 건강보험’ 등으로 구분되어 환급·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FTC 자료에 따르면, 합의금 1억 달러는 주로 오도된 보험상품 구매자 보상에 사용된다. 현재 소비자 환급 절차의 구체적 일정은 미정이지만, FTC는 “영수증·계약서 확인을 위한 온라인 포털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루덴셜 파이낸셜은 성명을 통해 “소비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FTC와 협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회사 측은 향후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한 구체적 내부통제 강화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사례가 대형 금융지주사의 인수·합병(M&A) 전략에 경고음을 울릴 수 있다고 본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이라 해도 규제 프레임워크·산업 특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법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1억 달러 규모의 이번 합의는 프루덴셜에 단기 재무 충격을 주지는 않겠지만, ‘디지털 보험 판매’ 시장 전반에 대한 감독 강화 추세를 확인시켜 줬다. 보험·핀테크 기업들은 광고·세일즈 관행을 면밀히 점검하고,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 제공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