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앙은행 “정치 불확실성, 성장 전망에 먹구름”

프랑스 중앙은행(Banque de France)이 최근 발표한 분기별 거시 경제 전망에서 정치적 불안정을 새로운 하방(下方)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며, 유로권 2위 경제국의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기업과 가계가 지출·투자를 미루는 ‘관망 모드(Wait-and-See)’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 감소, 설비 투자 축소, 고용 계획 조정 등으로 이어져 중·장기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5년 9월 15일, 로이터 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중앙은행은 기존 예상치를 일부 상향‧하향 조정해 2025년부터 2027년까지의 성장률·물가·고용 시나리오를 새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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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5년 성장 전망 상향 조정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은 2025년 0.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6월 전망치(0.6%)보다 0.1%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중앙은행은 “재고(在庫) 축적 효과와 3분기 수출 회복 기대”를 상향 조정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 통계청(INSEE)은 0.8% 성장률을 전망했다.

Bank of France “The risks surrounding our growth forecast are tilted to the downside after 2025. Uncertainty about fiscal policy in 2026 could reinforce wait-and-see behaviour among businesses and households.”

2. 2026~2027년 성장률 소폭 하향

정치적 불확실성이 재정 지출 축소·세율 인상의 향방을 가리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중앙은행은 중기 성장 궤적을 한 단계 낮춰 잡았다. 2026년 성장률은 0.9%(이전 1.0%), 2027년은 1.1%(이전 1.2%)로 각각 0.1%포인트씩 하향했다. 국제 경기 둔화, 강세(强勢) 유로, 유가 상승 등 대외 여건 악화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 재고 효과란?
기업이 생산 대비 판매가 둔화될 때 재고를 쌓아두면 단기적으로 ‘생산→GDP’ 계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최종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후 생산 조정으로 반전될 위험이 있다.

• 강세 유로와 유가 상승 영향
강한 유로화는 수입 물가를 낮추는 대신, 해외 시장에서의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한다. 동시에 고유가는 기업 원가와 소비자 연료비를 끌어올려, 실제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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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플레이션, 유로존 최저권 유지

프랑스 인플레이션은 2025년 평균 1%에 그친 뒤 2026년 1.3%, 2027년 1.8%로 점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중앙은행은 “유로존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물가가 2% 목표를 하회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통화·재정 정책의 여지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고용 시장: 실업률 7.5% 부근 유지

실업률은 현재 수준인 7.5% 안팎에서 횡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은 △노동 시장 이중구조(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숙련도 불일치(Mismatch) △청년·노년층 고용률 등의 구조적 요인이 실업률 ‘바닥’을 높게 유지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5. 향후 리스크 요인

정치 리스크가 가장 큰 ‘미지수’다. 의회 구성 불안정, 조기 총선 가능성, 연정(聯政) 협상 지연 등은 재정 기조 결정을 불투명하게 만들어 기업·가계의 투자 결정을 늦출 수 있다. 중앙은행은 “2026년 재정정책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중기 성장 경로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지정학 갈등·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프랑스뿐 아니라 유로존 전체 경제에 부정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6. 시장·투자자 시사점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물가 하방 압력과 성장 둔화를 교차적으로 고려해,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경로와 프랑스 국채 스프레드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 의사 결정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재정 건전성 프리미엄이 확장돼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이 재차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앙은행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이 민간 부문의 자신감을 좌우한다”며, 단기·중기 재정 계획과 구조 개혁 로드맵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