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전국 ‘모든 것을 막아라’ 시위…경찰, 수백 명 체포

프랑스 전역에서 ‘Block Everything’(모든 것을 막아라)로 명명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며 도로가 점거되고 쓰레기통이 불에 타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경찰은 곳곳에서 시위대를 해산하며 충돌을 빚었고, 일부 지역에서는 최루탄까지 사용됐다. 당국은 “국가 전체가 마비되지는 않았다”고 밝혔으나, 현지 시민들은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의 긴축 예산안 추진과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표출했다.

2025년 9월 10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80,000명의 경찰‧헌병 등 치안 인력이 전국에 배치됐고, 이 가운데 6,000명이 수도 파리에 집중됐다. 당일 저녁까지 전국에서 약 300명이 체포됐으며, 경찰은 봉쇄 해제와 진압 작전을 동시에 수행했다고 밝혔다.

■ ‘Block Everything’ 운동의 배경

‘Block Everything’은 원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우파 성향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지난 5월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좌파‧극좌 세력이 주도권을 장악했고, 2018년 ‘노란 조끼 운동’과 유사한 반(反)엘리트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노란 조끼 운동은 연료세 인상을 계기로 시작돼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개혁 전반을 비판하는 대중운동으로 확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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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위 역시 ‘통제 불가능한 국가 부채를 다잡기 위해서는 필연적인 예산 축소가 필요하다’는 정부 측 논리를 시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축 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핵심에 자리한다. 전문가들은 과거 노란 조끼 때와 달리 온라인 조직력이 더욱 강화돼 향후 시위 양상이 예측 불가하다고 분석한다.


■ 주요 도시 별 상황

파리에서는 젊은 시위대가 고등학교 정문을 막아서며 경찰과 대치했으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해산을 시도했다.

“국회를 해산하거나 최소한 좌파 성향 총리를 임명할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 실망스럽다.” — 18세 대학생 리사 베니에

경찰은 약 1,000명의 시위대가 가르 뒤 노르(Gare du Nord) 역 안으로 진입하려다 저지당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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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Rennes)에선 시위대가 버스 한 대에 불을 질렀다. 내무장관 브뤼노 르탈로(Bruno Retailleau)는 일부 시위자가 ‘무게감 있는 자갈’을 던지며 경찰을 공격했다고 설명했으나, 정확한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남서부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는 ‘Macron resign’(마크롱 퇴진)이라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시위대는 원형 교차로를 점거했고 경찰은 최루탄으로 대응했다.

서부 낭트(Nantes)의 고속도로는 불타는 타이어와 쓰레기통으로 봉쇄됐다. 경찰은 로터리(회전 교차로)를 점거하려던 인원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몇 차례 격렬한 몸싸움이 발생했다.

남부 항만도시 툴루즈(Toulouse)에선 선로 인근 화재가 신속히 진화됐으나, 열차 운행이 일시 중단됐다. 보르도(Bordeaux)에서는 복면을 한 50여 명이 도로 봉쇄를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됐다.

고속도로 운영사 방시(Vinci)마르세유·몽펠리에·낭트·리옹 등에서 차량 정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 정치권 ‘폭풍전야’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세바스티엥 르코르누(Sébastien Lecornu)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이는 보수 성향 인물로서 전임 총리가 의회 불신임안에 막혀 낙마한 지 이틀 만이다. 그러나 야권이 결집해 정부를 꺾었던 전례가 있어, 르코르누 총리 체제도 과중한 국가 부채를 해소해야 하는 동일한 과제를 고스란히 안게 됐다.

“문제는 장관이 아니라 마크롱 그 자체다. 그는 물러나야 한다.” — CGT 노조 산하 RATP(파리교통공사) 지부 대표 프레드

해당 발언은 시위대 다수가 공유하는 정서를 대변한다.


■ 예산 삭감 반대 목소리

파리 시위에 참여한 교사 크리스토프 랄랑드“전 총리 프랑수아 바이루(Francois Bayrou)가 추진한 예산 삭감이 의회에서 부결된 만큼, 그의 긴축 정책도 완전히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의료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학교와 병원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노조 활동가 아마르 라가는 “오늘 행동은 프랑스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패배주의는 없다, 투쟁은 계속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노란 조끼 운동(Yellow Vest Movement)2018: 유류세 인상이 촉발한 시위로 시작해 소득 불평등·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항의로 확산된 대중운동이다.
Block Everything: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확산된 시위 컨셉으로, 도로·철도·학교·공공기관 등 ‘모든 것’을 막아 정부를 압박하자는 의미다.


■ 기자 시각 &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경제 성장률국채금리에 단기적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정부가 추가 세수 확보 대신 복지 지출 축소에 초점을 맞춘다면 노동계와 시민 단체의 반발이 격화될 수 있다. 특히 2024년 올림픽 이후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사회 불안은 구조적 투자 매력도를 훼손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80,000명이라는 전례 없는 수준의 치안 인력 배치와 과거 노란 조끼 운용 경험은 정부가 시위 확산을 일정 부분 억제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향후 국가 재정 건전성 논의와 함께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