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독일, 트럼프 비판에도 EU 디지털 규제 수호 의지 확고

프랑스독일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2025년 8월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술 기업을 차별하는 디지털세와 규제“라고 주장하며 추가 관세를 경고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대응이다.

2025년 8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독일은 현행 EU 디지털 서비스 법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주권과 소비자 보호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떤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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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8월 26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1“디지털세나 각종 온라인 규제가 미국 기업에 불공정한 장벽을 세운다”2며, 유럽 각국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거대 기술 기업이 “미국의 자랑“이라면서 “차별이 계속된다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의 발언 직후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와 긴급 통화를 진행했다. 두 정상은 EU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이 이미 의회와 회원국 승인을 거친 합의라며, “규제 후퇴는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유럽 소비자의 개인정보 및 시장 질서를 위해 규제 틀을 유지·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세는 다국적 IT기업이 실제 영업이익을 얻는 나라에서 정당한 세금을 내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법안을 채택·시행했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일방적인 보호무역“이라며 반발해 왔다. DSA/DMA는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 광고 투명성 등을 규제해 이용자 권리를 강화하고 독점을 방지하는 목표를 가진다.

평균적인 한국 독자에게는 디지털서비스법(DSA)디지털시장법(DMA)이 다소 생소할 수 있다. DSA는 페이스북·X(구 트위터)·틱톡 등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신속히 제거하고 알고리즘 추천 원리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한다. DMA는 아마존·애플·구글 같은 ‘게이트키퍼’ 기업이 자사 서비스에 우대 조치를 취할 경우 막대한 과징금을 매기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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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통상 압박이 유럽과 미국 간 기술·무역 갈등을 재점화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루겔’의 한 연구원은 “미국이 실제 관세를 부과하면 EU도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며, 소비재·농산물 등 다른 분야로 갈등이 확산될 위험을 지적했다.

다만 EU 내부에서는 단일 시장의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유럽의회 디지털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경쟁 촉진·개인정보 강화는 유럽 통합의 근간”이라며 “미국과의 협의는 열려 있지만 법적 원칙을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 시각에서 볼 때, 마크롱과 숄츠가 보인 단호함은 단순한 외교 수사 이상의 의도를 담고 있다. 첫째, 2024년부터 본격 시행된 DSA·DMA의 정책 효과가 유럽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 신호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둘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카드가 미국 내에서도 거센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EU가 벼랑 끝 전술로 맞설 유인이 충분하다.

연구기관 유로피안 폴리시 센터(EPC)는 최근 보고서에서 “DSA·DMA가 정착되면 글로벌 기술 규제의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곧 EU가 ‘규제력을 통한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핵심은 무역 압박디지털 주권 사이의 균형이다. 양측 모두 상호 의존적 공급망빅테크 기업의 실리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협상 국면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와 독일이 확고한 태도를 보인 만큼, 향후 몇 달간 관세 폭탄을 둘러싼 유럽·미국 간 치킨게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