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이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번영한 인도네시아”를 구축하는 데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15일 의회에서 처음으로 재정정책(Fiscal Policy)에 관한 연설을 진행하며, 차기 회계연도 예산의 기조와 목표를 상세히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예산안은 프라보워 행정부가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이후 자체적으로 편성한 첫 본예산이며, 현재 집행 중인 2025년 예산은 전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행정부가 마련한 것이다.
주요 목표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8% 달성, 국민 복지 증진, 식량·에너지 자립 확보 등이 제시됐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정 지출 확대와 효율성 제고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적자·재정 관리
대통령은 2026년 예산 적자를 GDP 대비 2.48%로 전망했다. 그는 “재정 건전성 유지를 위해 효율성을 강화하고, 2027년 또는 2028년까지 재정적자 ‘제로’를 달성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우리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채 발행 의존도를 줄여 미래 세대에 부담을 남기지 않을 것이다.” —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핵심 사업: 무상 급식 프로그램
프라보워 대통령은 82만 9,000명이 아닌, 약 8,290만 명(82.9 million)의 학생·아동·임산부에게 무상 급식을 제공하는 ‘국가 급식 프로그램’을 2026년에 3,350억 루피아(약 207억4,000만 달러)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2025년) 책정된 예산은 1,710억 루피아로, 이미 약 2,000만 명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설명: 1 루피아는 인도네시아 법정통화다. 기사 작성 시점 환율은 1달러당 16,155루피아(USD/IDR)였다.
탈탄소·재생에너지 전환
프라보워 대통령은 “향후 10년, 빠르면 그 이전에 전력 부문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인도네시아 전력 생산의 절반 이상은 석탄 발전에 의존한다. 대통령은 탈탄소화를 위한 예산과 법적·제도적 지원을 약속하며, 국제사회와의 파트너십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전력 믹스 다변화와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중장기 경제 경쟁력을 결정짓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국방 현대화 및 희토류 자원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직 국방장관이자 특수부대 사령관 출신이라는 배경을 반영해 “인도네시아군(TNI) 장비 현대화”의 시급성을 재차 언급했다. 그는 “국가 안보와 첨단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개발”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적 수준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직 상업적 채굴·정제 기술이 본격화되지 않았다.
희토류란? 스마트폰·전기차 모터·방위산업용 레이더 등 첨단 장비에 필수적인 17종 원소를 통칭한다.
복지 확대와 재정 균형의 공존 가능성
전문가들은 대규모 사회복지 지출과 재정 적자 축소라는 두 목표가 상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정부는 세수 확대, 국영기업 효율화,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통해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제 신용평가사가 인도네시아의 재정개선 속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적자 감축 성과가 지연되면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 비교
동남아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ASEAN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부채 비율(약 40% 미만)을 유지해 왔다. 프라보워 행정부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률을 8%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전문가 해석 및 전망
① 재정 여력 평가 — 2.48% 적자 목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하는 3% 안팎의 기준보다 보수적이다. 이는 국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통화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② 무상 급식 프로그램 효과 — 영양 결핍으로 인한 발육부진(stunting) 문제는 인도네시아 인적 자본 개발의 ‘보이지 않는 벽’으로 지적받아 왔다. 대규모 급식 프로그램은 노동생산성 개선과 장기 성장률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③ 에너지 전환의 난제 — 석탄 의존 구조에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전력망 보강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10년 목표는 야심 차지만, 민관협력(PPP) 모델·탄소배출권 시장 활성화가 병행돼야 현실성이 높아질 것이다.
④ 희토류 가치 사슬 확보 — 희토류 채굴·정제는 환경 리스크가 크다. 정부가 환경 규제와 산업정책을 조화롭게 설계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과 투자 위축 가능성이 존재한다.
⑤ 정치적 리더십 —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임자보다 강한 “국가 주도 성장” 노선으로 평가된다. 그의 리더십이 관료주의 해소와 민간투자 촉진이라는 두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2026년 예산은 인도네시아가 ‘고성장·고복지·친환경·안보 강화’라는 네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청사진이다. 경제 주체들은 향후 의회 예산심의 과정, 세부 시행령, 지출 집행 속도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