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AI 서버 호황 타고 ‘아이폰 조립사’ 이미지 넘어선다

타이베이발 — 대만 전자위탁생산(EMS) 대기업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아이폰 조립으로 대표되던 과거를 뒤로하고, 인공지능(AI) 서버를 새 성장축으로 삼으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있다.

2025년 8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폭스콘의 2분기 클라우드·네트워킹 부문 매출이 처음으로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전자 부문을 넘어섰다. 이는 엔비디아(Nvidia) 등 AI 칩 고객사로부터 AI 서버 조립 주문을 대거 확보한 결과로, 폭스콘 내부에서는 ‘애플 시대의 종언’이라는 상징적 변곡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2분기 기준 소비자 전자 제품 매출 비중은 35%로 축소된 반면, 클라우드·네트워킹 부문이 41%를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2021년만 해도 소비자 전자 비중이 54%였던 점을 고려하면 불과 4년 만에 구조가 급변한 셈이다.

애플 아이폰 조립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최대 리스크로 지적돼 왔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세가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서서히 둔화하면서, 폭스콘 역시 매출 관성 둔화라는 고민에 직면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유영기(Young Liu) 회장은 2019년 취임 직후부터 AI 서버, 전기차(EV), 반도체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집중해 왔다. 그중에서도 AI 서버가 가장 빠르게 결실을 맺고 있으며, 나머지 EV·칩 부문은 아직 본격적인 매출 기여도가 가시화되지 않은 단계다.

“회사는 수년 전부터 고사양 기준을 충족하고,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며,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왔다.”

TF인터내셔널증권 Ming-Chi Kuo 애널리스트는 폭스콘의 선제적 투자 전략을 이렇게 평가했다.

실제로 폭스콘은 2002년 전후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제조하기 시작했고, 2009년 무렵부터는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의 데이터센터용 범용 서버도 공급해 왔다. AI 서버 분야 40% 안팎의 글로벌 점유율을 확보하게 된 배경이다.

엔비디아와의 장기 파트너십을 토대로, 폭스콘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멕시코에 AI 서버 전용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발표한 5,000억 달러 규모 미국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부품 현지화와 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겨냥한 결정이다.

폭스콘은 3분기 AI 서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 측과 엔비디아는 이번 기사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으며, 애플 역시 답변을 내지 않았다.


대만 IT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AI 전환’

폭스콘의 움직임은 대만 기술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한다. 과거 쿼anta컴퓨터·위스트론 등이 노트북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사업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이들 역시 고성장 AI 서버 시장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엔비디아 파트너사인 위스트론은 올해 1~7월 매출이 전년 대비 92.7% 급증했으며, 쿼anta 역시 같은 기간 65.6% 성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의 로버트 청 아시아 테크 하드웨어 리서치 총괄은 “2025년 상반기 대만 ODM 업체들의 월간 매출 급증세가 이를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MIC(Market Intelligence & Consulting Institute)의 크리스 웨이 컨설턴트는 “지난 10여 년간 미국 빅테크와 협업하며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동 구축한 경험이 대만 공급망의 빠른 전환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서버 출하량의 80%가량, AI 서버는 90% 이상이 대만에서 조립·생산된다.

로버트 청 연구원도 “폼팩터야 어찌 됐든, AI 서버로의 방향 전환은 대만 IT 산업 전체에 긍정적”이라며 “고객 요구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최대 강점”이라고 짚었다.


용어 해설

AI 서버란 대규모 연산이 필요한 머신러닝·딥러닝 모델을 학습·추론하기 위해 CPU 외에 고성능 GPU(또는 전용 가속기)를 다수 탑재한 고사양 서버를 말한다. 일반 웹·파일 서버 대비 전력 소모와 발열이 커, 냉각 설계와 전력 인프라가 핵심 기술 요소다.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은 고객사가 요구한 제품을 자체 설계·생산해 납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폭스콘·쿼anta·위스트론 등 대만 업체들은 PC, 스마트폰, 서버 등을 글로벌 브랜드 대신 설계·제조해 주는 형태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