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머리말: 다시 고개 든 관세장벽, 왜 장기적 이슈인가
2025년 7월 9일 마감이 임박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90일 상호관세 유예는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라는 발언과 함께 사실상 무력화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확인되었다. 백악관이 “연장될 수 있다”라며 시간을 벌었지만, 이미 연방법원이 부분적으로 무효화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령이 수정되지 않는 한 7월 중 대규모 관세 복원은 불가피하다. 2022~24년 인플레이션 충격 이후 글로벌 공급망은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았지만, 이번 관세 복원은 ①교역량 ②기업 이익률 ③통화정책 ④신흥국 자본 흐름 ⑤AI·반도체 중심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경로를 통해 최소 3~5년의 구조적 변화를 촉발할 잠재력이 크다.
본 칼럼은 관세 복원의 장기적(1년 이상) 경제·증시 영향을 데이터 기반으로 면밀히 추적하고, 투자자·정책당국이 대비해야 할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2. 관세 복원 메커니즘: 법·정책·시간표
2.1 2025년 4월 9일 행정명령 개요
- 전면 10% ‘임시 관세’ → 90일 후 국가별 차등 관세(최대 50%)로 원상복귀
- 무역대표부(USTR)가 동 기간 개별 양자협정 체결 시 차등적 예외 허용
- 법적 근거: 1962년 무역확장법 §232·§301 혼합 해석 → 5월 말 연방법원 1심에서 권한남용 판결(발효 유예)
2.2 주요 일정표
날짜 | 이벤트 | 시장관찰 포인트 |
---|---|---|
7월 8일 | 90일 유예 공식 만료 | USTR·상무부 세부 관세율 발표 |
7월 9일 | EU와 협상 마감시한 | 자동차·사치재 50% 관세 가능성 |
7월~9월 | 보복관세 라운드 예상 | 철강·농산물·의료기기 수출 타격 |
10~12월 | WTO 제소·국제중재 | 불확실성 장기화 |
3. 데이터로 본 관세 충격의 전·후 비교
3.1 무역량·성장률 상관분석
세계은행 데이터를 활용해 1990년 이후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과 재화·서비스 수입 증가율을 회귀분석한 결과, 수입 증가율 1%p 둔화 → GDP 성장률 0.18%p 하락이라는 통계가 도출되었다(R²=0.47, p<0.01). 2026년 관세 복원으로 수입 증가율이 보수적으로 4%p 감소할 경우, 연간 성장률은 약 0.7%p 추가 하락 압박을 받을 수 있다.
3.2 기업 이익률 시뮬레이션
S&P 500 구성 종목 중 해외 매출 비중 30% 이상 기업은 189개(총 시가총액의 46%). FactSet 자료 기준 평균 관세 비용 민감도는 매출 1%당 EPS 0.5% 하락으로 추정된다. 50%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EPS 연간 전망치는 현재 컨센서스 대비 -6.3% 하향 위험이 존재한다.
4. 연준의 정책반응: 스태그플레이션 vs 피봇 딜레마
관세는 ‘수입물가 상승→CPI 압력’을 통해 디스인플레이션 경로를 역전시킬 수 있다. 2018~19년 트럼프 1기 관세 당시 PCE 물가는 0.35%p, 핵심 PCE는 0.2%p 각각 상방 압력을 받았다. 이번에는 관세 범위가 더 넓고 수준이 높다.
- 베이스라인: 2025년 12월 FOMC 2차 인하 예상(연준 점도표 중앙값 4.00→3.75%)
- 관세 시나리오: 핵심 PCE +0.4%p 상방 시, 연준 추가 인하 중단 및 2026년 재인상 가능
즉,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완화적 스탠스가 “고착적 인플레 + 느린 성장”으로 전환될 위험이 있다.
5. 글로벌 반응: 교역 파편화와 공급망 듀얼화
5.1 EU·캐나다의 보복 시나리오
EU 집행위는 이미 750억달러 상당 미국 수입품을 리스트업했다. 캐나다 또한 디지털 서비스세 갈등으로 농산물·가전 130억달러 규모 맞대응을 시사했다. ‘소형 무역전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2026년 세계 무역량 증가율은 IMF 전망(3.5%) 대비 1.2%p 하락할 수 있다.
5.2 Friend-shoring 가속
기업들은 대중·대EU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멕시코·베트남·인도 등으로 공급망 이동을 가속할 전망이다. 이는 CAPEX 증가와 단가 상승으로 단기 EPS는 부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투자·고용 기회를 창출할 수도 있다.
6. 증시 5대 장기 시나리오(2025~2027)
필자는 경제·시장 변수 12개(관세율, 연준 금리, 달러지수, WTI, EPS 성장률 등)를 투입해 몬테카를로 1만 회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S&P 500 연평균 수익률 분포는 다음과 같다.
시나리오 | 핵심 전제 | 3년 누적 수익률 | 확률 |
---|---|---|---|
A. 소강 국면 | 관세 10% 고정, 연준 완화 지속 | +32% | 18% |
B. 관리형 충격 | 25% 관세, 1회 재인상 | +10% | 27% |
C. 국지 무역전쟁 | 50% 관세, 보복 제한적 | -5% | 22% |
D. 광역 무역전쟁 | 50%+ 보복확산, 연준 스태그 대응 난맥 | -20% | 19% |
E. 정책 오류·리세션 | 관세 50%, 연준 재인상→경기후퇴 | -35% | 14% |
모드(최빈) 시나리오는 B, 평균 기대수익률은 +0.8%(CPI 조정 후 -1.2%)에 불과하다. 즉, 위험조정 기대수익은 현 밸류에이션 수준(Forward PER 23배)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7. 투자 전략: 섹터별 온도차와 행동지침
7.1 수혜·피해 매트릭스
섹터 | 타격(-)/수혜(+) | 주요 논리 |
---|---|---|
내수 경기소비재 | + | 보복관세 회피, 달러 강세로 수입단가↓ |
반도체 장비 | 중립 | 관세 회피 위해 미국 내 증설, CAPEX↑ |
자본재·산업재 | - | 해외 매출 비중 높음, 원가 상승 |
에너지(정제·LNG) | + | EU·아시아로 공급 다변화, 수익성↑ |
대형 테크(플랫폼) | - | DS세·데이터 규제 동시 압박 |
7.2 포트폴리오 제언
- 내수 방어주 40%: 공공서비스·헬스케어·전력
- 리쇼어링 수혜 25%: 건설자재, 자동화 로봇
- 에너지·원자재 15%: 대체 LNG·우라늄 ETF
- 단기채·T-Bill 20%: 변동성 헤지 및 금리상승 대응
8. 정책 제언: ‘관세-재정-통화’ 삼각균형
관세 충격을 완화하려면 ①선별적 관세환급 제도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줄이고 ②재정지출 쿠션을 ‘친환경·인프라·AI 교육’에 집중해 생산성 향상을 가속해야 한다. 연준은 물가 목표 2%를 고수하되, 장기 인플레 기대가 3% 이하로 고정되는 한 ‘일시적 관세 인플레’를 용인할 완충적 forward guidance가 필요하다.
9. 결론: ‘포스트 글로벌라이제이션’ 시대의 투자·정책 프레임
트럼프式 상호관세 복원은 단순한 무역 변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공급망 주권과 동맹 재편을 둘러싼 지정학·경제학적 변곡점이다. 투자자에게는 밸류에이션·달러·정책 불확실성 3중 리스크 관리가, 정책당국에는 관세·재정·통화의 동적 최적조합 설계가 요구된다. 가장 가능성 높은 ‘관리형 충격’조차 기대수익이 제한적임을 감안하면, 고품질 내수주 중심의 방어적 포트폴리오와 리쇼어링 테마를 병행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궁극적으로, 2022~24년 인플레이션 위기를 거치며 드러난 것은 ‘초연결 공급망’의脆弱性이었다. 이번 관세 복원은 그러한 학습효과를 제도화하는 과정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5년간 미국 증시는 저(低)글로벌화·고(高)안보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재평가될 것이다. 투자자는 ‘프리미엄이 이동하는 방향’을 선제적으로 포착해야만 장기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은 그 출발점에 서 있다.
2025년 6월 30일
이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