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렉서티, 구글 ‘크롬’ 345억달러 전액 현금 인수 제안

미국 AI 스타트업 ‘퍼플렉서티(Perplexity AI)’구글(알파벳)의 웹브라우저 ‘크롬(Chrome)’345억 달러(약 45조 6,000억 원)에 전액 현금으로 인수하겠다고 전격 제안했다. 이는 창업 3년 차의 신생 기업이 내놓은 금액으로, 자체 기업가치(14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에 달하는 대담한 시도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퍼플렉서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크롬 브라우저를 인수해 전 세계 3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AI 검색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퍼플렉서티를 이끄는 아라빈드 스리니바스(Aravind Srinivas) CEO는 올해 1월에도 틱톡 미국 사업과 합병을 제안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제안은 실패로 끝났지만, 회사 측은 “규제 리스크가 있는 자산을 인수·통합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재차 부각했다.

크롬 브라우저는 글로벌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점유율 1위로, 구글 검색 생태계의 핵심 관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미국 법무부(DOJ)는 지난해 온라인 검색 시장 독점 혐의 소송에서 구글이 시정 조치로 크롬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와 관련한 연방법원의 최종 구제 명령이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구글은 “크롬 매각 계획이 없다”며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법원 판결이 불리하게 나올 경우에도 구글이 장기간 법적 공방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금 조달은 거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최대 변수다. 퍼플렉서티는 지금까지 엔비디아(Nvidia), 일본 소프트뱅크(SoftBank) 등으로부터 총 10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을 뿐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복수의 글로벌 펀드가 전체 금액을 대출 또는 지분투자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면서 구체적 재원은 밝히지 않았다.

퍼플렉서티는 제안서(텀시트)에서 “크롬의 오픈소스 기반 ‘크로뮴(Chromium)’을 그대로 유지하고, 향후 2년간 3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기본 검색 엔진도 변경하지 않겠다”고 적시했다.

웹브라우저는 사용자의 검색·행동 데이터를 집약적으로 담아내는 ‘디지털 관문’이다. 챗GPT·퍼플렉서티 같은 대화형 AI가 급부상하자, 브라우저의 검색 트래픽·데이터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픈AI(OpenAI)도 자체 AI 브라우저 개발 및 크롬 인수 가능성을 내비친 상태다.

퍼플렉서티는 이미 AI 기반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운영하고 있다. 크롬을 품에 안으면, 데이터·사용자 규모에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계산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구글이 크롬을 매각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진단한다. 덕덕고(DuckDuckGo)의 가브리엘 와인버그(Gabriel Weinberg) CEO는 앞서 “크롬은 최소 500억 달러 가치를 지닌 자산”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현재까지 야후(Yahoo)사모펀드 어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도 크롬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전이 현실화할 경우, 빅테크와 사모펀드, AI 신생 기업 간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 ‘크로뮴(Chromium)’이란?
크로뮴은 구글이 주도해 개발한 오픈소스 웹브라우저 엔진이다. 크롬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에지(Edge)’, 오페라(Opera) 등도 크로뮴 코드를 기반으로 한다. 즉, 크로뮴은 웹 표준 렌더링·자바스크립트 해석·보안 기능을 담당하는 ‘브라우저의 심장’으로, 누구나 자유롭게 수정·배포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이번 거래 제안은 빅테크 지배력에 대한 규제당국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규제 리스크가 높은 핵심 자산을 스타트업이 선제적으로 사들이는 역발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퍼플렉서티는 ‘AI 검색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 인지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만으로도 상당한 마케팅 가치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법원이 구글에 크롬 분리를 명령하고, 퍼플렉서티가 충분한 금융 파트너를 확보한다면, 단숨에 ‘트래픽·데이터·인재’ 삼박자를 갖춘 AI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잠재력도 존재한다. 관전 포인트는 ① 미 법원의 구제 명령 수위, ② 구글의 항소 전략, ③ 투자자 컨소시엄의 실탄 마련 능력 세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