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란티어, 세계 시가총액 20위 기업으로 부상…지금 매수할 때일까

팔란티어, ‘AI 열풍’ 타고 시가총액 20위 등극

미국 빅데이터·인공지능(AI) 전문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Nasdaq: PLTR)가 시가총액 약 $3720억 달러(약 517조 원)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20번째로 비싼 기업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약세장 저점 당시만 해도 대형주(Large Cap) 문턱을 겨우 넘겼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3년 만에 몸값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팔란티어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475% 급등했다. 2024년 미국 대선 이후 AI 투자 열기가 정점을 찍으며, 투자자들은 이 회사가 제공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AIP)의 잠재력에 베팅해 왔다.

팔란티어는 본래 국가 안보 영역을 겨냥한 데이터 분석 툴로 출발했다. 미국 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제거하는 과정에서 자사 시스템이 활용되며 일찍이 이름을 알렸고, 이후 금융·보험·제조 등 민간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히 AIP 도입 이후 고객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회사가 단순한 컨설팅 업체가 아닌 ‘생산성 혁신 플랫폼’ 제공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플랫폼이 만들어 낸 극적인 생산성 향상

AIP는 복잡한 데이터 세트를 실시간으로 분석·모델링하고,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비(非)전문가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글로벌 고객사는 ‘AIP 덕분에 하이퍼스케일러*1가 석 달 동안 처리할 작업을 불과 하루 만에 끝냈다’고 밝혔다. 보험 업계 고객 또한 ‘일반적으로 이틀이 걸리던 언더라이팅(위험 평가) 자동화 절차가 단 3시간으로 단축됐다’고 전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는 팔란티어의 총잠재시장(TAM)을 최소 $1.2조~1.8조 달러로 추산한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디지털 전환·AI 도입을 서두르는 지금, 팔란티어의 솔루션이 사실상 ‘필수 인프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군 통제실에서 컴퓨터를 다루는 관계자들


숫자로 들여다본 밸류에이션 리스크

그러나 화려한 스토리와 달리 재무지표는 다소 차이가 있다. 팔란티어의 최근 12개월 매출은 약 $31억 달러에 그친다. 시가총액 대비 매출을 나타내는 P/S(주가매출비율)은 무려 126배로, S&P 500 평균 3.25배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심지어 고성장주들도 대부분 20배 이하에서 거래된다.

순이익 역시 $5억7,000만 달러 수준으로, 이를 반영한 P/E(주가수익비율)685배에 달한다. 향후 실적 추정치를 반영한 선행 P/E도 270배 이상으로, 성장 기대치를 감안해도 가격이 과도하게 앞서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가령 1년 뒤 예상 이익 증가율을 모두 고려한다 해도, 선행 1년 P/E는 215배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재 주가가 합리화되려면 연평균 두 자릿수 후반~세 자릿수에 육박하는 이익 성장세가 여러 해 지속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용어 풀이

*1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전 세계에 대규모로 운영하는 초대형 IT 기업(예: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구글 클라우드)으로, 막대한 연산 자원과 데이터를 확보해 신속한 확장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P/S(Price to Sales): 기업 가치를 매출과 비교해 평가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매출 대비 주가가 비싸다’는 의미다.

P/E(Price to Earnings):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다. 일반적으로 20배 안팎이 ‘적정’으로 여겨지며, 100배를 넘으면 향후 이익 성장에 대한 시장 기대가 매우 높다고 해석한다.


전문가 시각 및 투자 전략

기자는 팔란티어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이미 미래 수년치 성장까지 선반영된 상태라면, 단기 조정 위험을 무시하기 어렵다.

팔란티어 주가는 ‘가치(Pricing)’보다 ‘이야기(Narrative)’에 기반해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흔하다. 만약 AI 시장 기대감이 둔화되거나 거시 불확실성(금리, 지정학 등)이 커질 경우, 주가가 최대 70~75%까지 후퇴해도 ‘과대평가’ 영역에 머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신규 투자자는 ‘분할 매수’ 전략으로 리스크를 완화하거나, 향후 대폭 조정이 발생할 때까지 현금을 보유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기존 보유자는 익절(이익 실현)과 장기 보유 사이에서 자산배분 목표·위험 선호도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론

요약하자면, 팔란티어는 AI 붐의 최대 수혜주 중 하나로 꼽힐 만큼 막강한 기술 경쟁력과 광대한 시장을 확보했다. 그러나 초고평가 구간에 진입한 만큼, 가격 변동성심리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장기적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신뢰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추격 매수’를 단행하기엔 위험·보상 비율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