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소스 트러스트 컴퍼니(Paxos Trust Company)가 미국 통화감독청(Office of the Comptroller of the Currency, OCC)에 연방 수준의 트러스트 은행(Trust Bank) 인가를 다시 신청했다. 이는 페이팔(NASDAQ:PYPL)의 스테이블코인 ‘PYUSD’를 발행·운영하는 회사가 전통 금융 시스템과의 접점을 한층 넓히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2025년 8월 1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팍소스가 연방 인가를 받으면 고객 자산의 수탁·보관 및 결제 속도 향상이 가능해진다. 다만 예금 수취나 대출 업무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통 은행과는 차이를 보인다.
현재 팍소스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ew York Department of Financial Services, NYDFS)으로부터 제한적 목적(리미티드 퍼포스) 트러스트 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번 인가가 승인되면 주(州) 기반 인가가 연방 인가로 전환돼 감독 범위와 신뢰도가 크게 확대된다.
“연방 차원의 감독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강력한 규제 틀을 의미한다”
고 사안을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는 전했다. 이는 팍소스의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지는 않지만, 규제 리스크를 대폭 낮추는 효과가 기대된다.
팍소스는 이미 2020년에 같은 인가를 신청해 2021년 조건부 예비 승인을 받았지만, 절차가 지연되면서 2023년 만료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디지털 자산 기업 가운데 전미 트러스트 인가를 획득한 곳은 현재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뿐이다.
한편 스테이블코인 업체 서클(Circle)과 리플(Ripple)도 지난달 동일한 인가를 신청했다. 가상자산 업계 전체가 ‘연방 단위 규제 우산’ 아래 들어가려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팍소스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수탁 인프라를 기업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자체 스테이블코인들뿐 아니라 페이팔의 PYUSD(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를 발행·관리한다.
스테이블코인이란?
스테이블코인은 1달러에 연동(페깅)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가상자산 거래 중간 매개체로 널리 쓰이며, 전송·정산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사용량이 급증했고, ‘실시간 결제 수단’으로의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수립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식 법제화가 스테이블코인을 일상 결제 수단으로 확장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
이 법안 통과는 가상자산 업계의 활발한 로비가 결실을 맺은 결과다. 연방선거위원회(FEC) 자료에 따르면, 업계는 지난해 선거에서 2억 4,500만 달러 이상을 친(親) 가상자산 후보 지원에 쏟아부었다.
팍소스는 과거 바이낸스(Binance)와 제휴해 바이낸스 USD(BUSD)를 공동 발행했으나, 2023년 초 뉴욕 당국의 명령으로 발행을 중단하고 파트너십을 종료했다.
지난주 팍소스는 불법 의심 거래 모니터링 소홀과 관련해 뉴욕주와 4,85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분쟁을 종결했다. 이는 2023년 바이낸스 전 CEO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을 인정하며 체결한 43억 달러 규모 합의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전망 및 기자 해설
전문가들은 팍소스의 재도전이 규제 명확성 확보→기관투자자 신뢰제고→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선순환을 노린 ‘시간을 건 건영(乾坤) 전략’이라고 본다. 만약 인가를 확보한다면, 페이팔·매스마켓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은행 예금·대출 기능이 부재한 ‘제한적 인가’인 만큼, 완전한 은행과 동일 선상에 놓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엄격한 연방 규제 준수가 보증되는 점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큰 강점이다.
결국 팍소스, 서클, 리플, 앵커리지로 이어지는 트러스트 은행 인가 경쟁은 가상자산 기업이 전통 금융 규제 틀 안으로 편입되는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며, 이는 2020년 이후 뚜렷해진 ‘크립토-트래디파이(TradFi) 융합’의 결정적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