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로이터] 가상자산 수탁사 파이삭스 트러스트(Paxos Trust)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와 연관된 불법 행위 감시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총 4,850만 달러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2025년 8월 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은 파이삭스가 자금세탁방지(AML) 프로그램상 ‘체계적 결함’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회사는 민사벌금 2,650만 달러를 납부하고, 향후 컴플라이언스 강화에 2,200만 달러를 추가 투입한다.
파이삭스는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히는 바이낸스와 스테이블코인 ‘바이낸스 USD(BUSD)’를 공동 발행·유통해 왔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통화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 및 송금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NYDFS는 “파이삭스가 바이낸스 플랫폼 내 의심 거래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지 못했고, 반복적으로 포착된 레드 플래그(red flag)를 경영진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AML 체계의 허점 탓에 다크웹 사기꾼·폰지 사기 가담자·제재 대상자 등과 얽힌 자금 흐름이 차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결과, 2017년 7월부터 2022년 11월 사이 바이낸스 플랫폼에서 약 16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불법 행위자들과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NYDFS는 또 “바이낸스가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Office of Foreign Assets Control)의 제재 대상 기관과 거래를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OFAC는 미국의 국가안보·대외정책 목표를 위해 특정 개인·기업·국가의 금융거래를 금지·제재하는 정부 기관이다.
이 같은 문제로 감독당국은 2023년 2월, 파이삭스에 BUSD 신규 발행 중단을 명령했다. 회사는 곧바로 바이낸스와의 파트너십을 종료했으며, BUSD 잔존 물량은 점진적 상환 절차에 들어갔다.
파이삭스는 성명에서 “컴플라이언스 문제를 모두 시정했으며, 고객 계정이나 자산에는 어떤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바이낸스의 법적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형
이번 뉴욕주 건에서 바이낸스는 피고로 지목되지 않았으나, 2023년 11월 미국 연방 검찰 수사에서는 자금세탁 및 대이란·대북 제재 위반 혐의를 인정하고 43억 2,000만 달러의 형사 벌금을 받아들였다. 창펑 자오(Changpeng Zhao) 전 CEO 역시 별도 형사 책임을 지고 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5년 5월, 자체적으로 제기했던 민사소송을 전격 취하했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기조가 완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 시각: “컴플라이언스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요건”
자금세탁방지 전문 변호사 A 씨는 “합의금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라이선스 유지 여부가 달린 만큼 패널티의 질적 무게는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 규제기관은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결제 인프라를 제도권 금융과 동일한 수준으로 감시하려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미비가 곧 영업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시장관계자는 “NYDFS의 선례는 글로벌 규제 레이스를 촉발할 수 있다”며 “이익보다 규제 준수 비용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어 해설
폰지 사기(Ponzi Scheme)는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할 이자를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충당하는 형태의 다단계 금융 사기다. 다크웹(Darknet)은 일반 검색엔진에 노출되지 않는 익명 네트워크로, 마약·해킹 도구·불법 자금 세탁 등이 거래되는 비공식 시장을 의미한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탈중앙화가 목표인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오히려 엄격한 내부통제가 필수”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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