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로이터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교체설이 16일(현지시간) 장중 월가를 스쳐 지나갔다. 일시적인 주가 하락과 달러 약세가 나타났으나, 시장 반응은 과거보다 훨씬 얕았다.
2025년 7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500지수는 한때 0.7% 떨어졌고, 달러화(DXY)는 0.9% 밀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해임을 부인하자 낙폭은 곧 되돌려졌다. 투자자들은 ‘헤드라인’의 수명을 짧게 보고 빠르게 포지션을 원위치시켰다.
시장 참가자들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정책 급변 경험이 누적되면서, 한 번의 보도만으로는 ‘베팅’을 키우지 않는 신중함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한다. 맥쿼리의 티에리 위즈먼 글로벌 외환·금리 전략가는 “일종의 ‘트라이얼 벌룬’* 정도로 인식됐기 때문”이라며 “주가가 과도하게 빠지면 트럼프가 스탠스를 바꿀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트라이얼 벌룬(trial balloon)은 정치권이나 기업이 여론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의도적으로 던지는 ‘시험풍선’ 성격의 정보 유출을 뜻한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기자단과 만나 “파월을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하면서도, 연준을 또다시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백악관은 “시장 테스트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을 거부했지만, 투자자들은 이미 ‘큰 그림’에서 같은 장면을 반복 경험하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시장 반응이 제한적이었던 세 가지 배경
첫째, 투자자들의 학습효과다. 올해 초부터 급격히 뒤집힌 관세 정책을 겪으며 ‘정치적 수사’가 가격을 장기간 지배하지 않는다는 경험을 착실히 쌓아 왔다. 둘째, 일부 투자자는 파월 퇴진이 오히려 조기 금리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반긴다.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 이익이 늘고, 상대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트럼프가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수석전략가 스티브 소스닉은 “연준 독립성 훼손이라는 우려보다 저금리 유혹이 더 크게 보이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미니-텐트럼’이 보여준 시나리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날 짧은 진동이 실제 해임이 단행될 경우의 전조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코페이의 칼 샤모타 수석시장전략가는 “이번 미니-텐트럼은 세계 통화정책의 닻을 끊어낼 경우 어떤 격랑이 올지 경고음을 줬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이 특히 불안해하는 지점은 ‘섀도(Shadow) 의장’ 가능성이다. 트럼프가 파월 임기(내년 5월) 만료 전에 차기 의장을 지명하면, 두 명의 강력한 목소리가 연준 정책 방향을 놓고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상황은 달러화 자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금리 변동성을 키울 소지가 있다.
브라이언 제이컵슨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실제로 계획을 실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면서도 “지명만으로도 시장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행동·비행동’ 딜레마
체리레인 인베스트먼트의 릭 메클러 파트너는 “트럼프는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의식하는 인물”이라며 “따라서 정말 해임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맥쿼리의 위즈먼은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이 달러 약세·장기금리 상승 흐름을 올해 들어 누적적으로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오늘 시장이 보여준 일시적 충격은 해임이 현실화될 경우 나타날 격변의 작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 칼 샤모타, 코페이 수석시장전략가
결국 월가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정책 헤드라인에 대응할 내성을 키워가며, 동시에 실제 조치가 구현될 확률과 그 파급력 양쪽을 저울질하고 있다.
◆ 용어·배경 설명
• 연준(Fed):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 독립성: 정치권으로부터의 자율성 여부를 가리키며, 중앙은행 신뢰도의 핵심 요소다.
• 미니-텐트럼(tantrum): 2013년 ‘테이퍼 텐트럼’처럼 채권시장이 갑작스럽게 요동치는 현상을 빗댄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