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변화한 경제 환경 반영해 통화정책 운용 틀 전면 수정

[로이터=마이클 S. 더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제롬 파월이 지난 5년간 달라진 경제 지형을 반영해 통화정책 운용 프레임워크를 업데이트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는 높아진 물가 압력제로(0)금리 재정착 가능성 축소라는 새로운 현실을 공식 문서에 담았다.

2025년 8월 2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 기조연설문을 통해 “새로운 성명서는 과거와 상당 부분 연속성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낮은 기준금리에 맞춘 정책수단을 강조했던 2020년판 틀을 폐기하고, 유연한 물가목표제(flexible inflation targeting)로 복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선행지표를 고려해 운용돼야 하며, 경제에 시차(lag)가 존재한다는 점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효과적인 고용 수준 등에 숫자를 박제하는 일은 현명하지 않다“며 고정 상한·하한 목표 설정을 지양했다.


주요 변경 사항

파월 의장은 새로운 지침에서 저금리 환경 언급을 삭제하고, 2020년 프레임워크에 포함됐던 ‘메이크업 전략(make-up strategy)’※1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그는 “수정된 성명서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고착에 보다 공세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연준의 의지를 강조한다”며 “이는 이중 책무(dual mandate)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 메이크업 전략: 과거 물가 상승률이 2% 목표를 밑돌았을 경우, 향후 일정 기간 2%를 상회하도록 유도해 평균을 맞추는 방식. 당시 저물가·저금리 고착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팬데믹 이후 급등한 물가 앞에서 유효성이 약화됐다.


배경: 2020년판 틀과 팬데믹의 충격

2020년 초 연준은 낮은 물가·저금리 장기화에 대응해 금리 조정 여력을 확보하고자 평균물가목표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없는 경기부양과 공급망 충격이 겹치면서 2021년부터 수십 년 만의 고물가가 나타났다. 당시 정책은 팬데믹이 촉발한 현실과 괴리돼, 이후 연준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방향을 급선회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연준의 정책금리(연방기금금리)는 2025년 현재 4.25%~4.50% 범위로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9월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점치지만,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 재압력 등이 변수로 지목된다.


전문가 해설: ‘유연한 물가목표제’란?

유연한 물가목표제는 단일 연평균 물가 목표(2%)를 고정적으로 추종하기보다, 경제 상황·고용·금융안정 등 다면적 요소를 고려해 일시적 초과·미만을 허용하는 접근법이다. 이에 따라 연준은 경제충격에 따라 물가 및 고용 간 균형을 재조정할 수 있다.

연준의 이중 책무란 물가안정(price stability)과 최대고용(maximum employment) 달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두 목표 사이의 상충 관계를 균형 있게 관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장 영향 및 전망

연준 내부 의사록(7월 29~30일 회의)은 이번 개편이 “광범위한 경제 조건에서 탄력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고 적시했다. 이는 팬데믹 때와 같은 돌발 변수에도 정책 지침이 빠르게 무력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실제 시장 참여자들은 장기 금리 하단이 팬데믹 이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규모 재정 적자국채 발행 확대 등 구조적 요인이 중립금리 수준을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연준 또한 “이전과 같은 초저금리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간접 시사했다.

“우리는 목표에서 벗어난 정도와 두 목표가 각각 언제 정상화될지 예상되는 시간의 지평을 함께 고려한다.” —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금융시장에서는 정책 불확실성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관세 정책 등 물가 상방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 고위 관계자 다수는 “물가 압력이 재차 확대될 경우 완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전날(21일)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