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Barclays)는 최근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주춤하고 후발·방어주로 매기가 이동하는 현상이 포착됐다고 분석하면서, 이 흐름이 두 가지 중대한 변수—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 엔비디아(Nvidia)의 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단기간 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주간 코멘터리 노트에서 “8월 특유의 부정적 계절적 패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리스크 온(risk-on) 정서가 시장을 지배했으나, 이번 주 들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후발주와 방어주가 상대적으로 선전했고, 반면 모멘텀 승자(최근 강세를 보인 종목)들은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러한 흐름은 단기적 차익 실현 성격도 있으나, 정책 경로·실적 모멘텀·지정학 변수 등 복합 요인에 따른 구조적 로테이션 가능성을 시사한다.
유럽 증시에서는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기대감이 먼저 반영돼 1바클레이즈 ‘시즈파이어 바스켓(ceasefire basket)’과 쇼트사이클(Short-cycle) 산업주2가 초반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은행은 “장기 평화 로드맵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해당 거래는 이미 희미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쇼트사이클 산업주란 수주→생산→매출 인식이 12개월 내에 이뤄지는 기계·전기장비·산업재 등을 뜻한다. 경기 국면 변동에 민감하지만, 회복 초기에는 실적 반등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한편, 유로존 제조업 PMI가 3년여 만에 확장 국면(50선 이상)으로 전환된 점은 해당 섹터와 EU 은행주의 최근 강세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로 해석됐다.
미국 금리 기대 경로도 로테이션을 거들고 있다. 시장은 연내 두 차례(약 0.5%p)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가격에 반영했다. 바클레이즈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매파적 톤을 낼 경우, 현재의 골디락스(Goldilocks) 시나리오—성장은 견조하되 물가는 안정적이라는 이상적 환경—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골디락스’는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서 온 표현으로,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 여건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 시나리오가 지속될 때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AI) 열풍에도 피로감이 감지된다. 바클레이즈는 “대규모 설비투자(CAPEX)에 비해 실제 손익(P&L) 개선이 얼마나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재부상하면서 빅테크가 압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엔비디아 및 AI 관련 대형주의 주가 흐름이 이번 로테이션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에 이어 또다시 ‘어닝 쇼크’를 기록할지, 혹은 투자자들의 고밸류 부담을 완화시킬지가 관전 포인트다.
기자 해설 : 현재 시장은 ‘정책 피벗’에 앞서 랠리를 선반영한 상태다. 만약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지속 위험을 강조하며 ‘더 높은 금리·더 긴 기간(higher for longer)’을 재확인한다면, 성장주·고밸류 종목에 대한 리프레이싱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비둘기파적 시그널이 명확하다면, 소형주·유럽주·금융주 중심의 롱바이어스(rotation)에는 추가 동력이 붙을 수 있다.
또한 엔비디아 실적은 단순히 반도체 업종뿐만 아니라, AI 인프라 전반의 ROIC(투하자본수익률)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로테이션이 ‘테마 피로→실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음을 고려하면,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8월 말 잭슨홀과 엔비디아 실적은 정책·실적·테마 세 축이 교차하는 변곡점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기술·성장주 비중 조정과 함께 경기민감·방어주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재점검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