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파운드화(스털링)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3주 연속 주간 하락을 향해 가고 있다. 투자자들이 영란은행(BoE)의 금리 동결 결정을 소화하는 한편, 이달 말 예정된 영국 정부의 예산(Autumn Statement)을 앞두고 포지션을 재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는 달러(GBP/USD)와 유로(EUR/GBP) 모두에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11월 7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박빙의 금통위 표결과 함께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조만간 금리 인하 지지에 합류할 수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면서 12월 완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는 파운드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을 가하는 재료로 인식된다.
다만 영란은행은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해, 소수 애널리스트가 제시했던 25bp(0.25%포인트) 인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표결이 근소한 차이였다는 점, 그리고 베일리 총재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12월 금리 인하 베팅은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2026년에 더 큰 완화 여지
시장에서는 영국 정부가 이달 가을 재정성명(Autumn Statement)에서 상당한 규모의 재정 긴축 패키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재정-통화 정책의 조합상 영란은행이 내년 들어 보다 과감한 추가 완화에 나설 수 있는 정책 여력이 확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달러화(그린백)는 연준(Fed)의 매파적 기조와 미국 경제에 대한 잔존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주 소폭 주간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대통화인 파운드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현물 환율 동향에서 파운드는 0.27% 하락한 $1.3105를 기록해 주간 기준 0.50%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주에는 1.1% 하락했고, 지지난주에는 0.90% 하락했다. 목요일의 박빙 표결 이후 12월 인하에 대한 베팅이 강화된 가운데, 이번 달 예산 발표는 파운드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잠재 변수가 될 전망이다.
MUFG의 리 하드먼(Lee Hardman) 선임 통화 애널리스트는 “10월과 11월에 물가 둔화가 확인될 경우, 연말로 갈수록 파운드가 유로 대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로화는 0.25% 상승한 88.10펜스를 기록하며, 이번 주 0.44% 상승 마감이 유력하다. 유로는 앞선 2주 동안에도 각각 0.42%, 0.64% 상승해 EUR/GBP의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다.
ING의 글로벌 외환 전략 총괄 크리스 터너(Chris Turner)는 “단기 금리가 더 낮아질 여지가 있으며, 이에 따라 파운드가 더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아직 12월 금리 인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터너는 이어 “이달 말 예산을 앞두고 유로는 0.8760 부근에서 견고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이며, 0.88 상단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생상품 가격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영란은행의 25bp 인하 가능성을 60%로 반영하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총 58bp의 완화를 가격에 담고 있다. 정책 기대에 민감한 영국 2년물 국채 금리는 금요일 4.11%로 1.5bp 상승했는데, 이는 전일 6.5bp 하락한 이후의 되돌림이다.
또한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핵심 정책금리가 2027년 초까지 2%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유로권 금리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며, 유로/파운드 흐름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용어 해설과 맥락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변동 단위를 뜻하며, 1bp = 0.01%포인트다. 예컨대 25bp 인하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진다는 의미다. 그린백(greenback)은 달러화를 지칭하는 시장 용어다. 단기 금리는 통상 만기 2년 이하 구간 금리를 의미하며, 중앙은행 정책금리 기대에 특히 민감하다. 국채 수익률의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을, 하락은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Autumn Statement(가을 재정성명)은 영국 정부가 매년 가을 발표하는 재정·세제·지출 계획으로, 시장은 이를 통해 향후 재정 기조(긴축/확장)를 가늠한다. 기사 내 환율 표기는 GBP/USD(파운드/달러), EUR/GBP(유로/파운드) 통화쌍을 따른다.
시장 해석 측면에서, 박빙의 금통위 표결은 위원들 사이의 견해차가 금리 경로의 전환점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특히 중앙은행 수장의 스탠스 변화 가능성은 기대 경로에 큰 영향을 미쳐, 선물·스왑 시장의 커브 재정렬과 외환 포지셔닝 변화를 촉발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재정 긴축과 통화 완화의 조합은 일반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통화 약세 압력을 높일 수 있으나, 중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통해 실질금리 경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상반된 힘의 균형이 바로 최근 파운드 약세와 유로 견조라는 가격 신호에 반영되고 있다.
실무적 고려사항으로, 정책 이벤트(금통위, 예산 발표, 물가 지표) 전후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우가 잦다. 기업의 경우 수출·수입 결제 통화 구조에 따라 노출이 달라질 수 있어, 결제 시점 분산이나 헤지 정책 점검 등 리스크 관리 절차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 투자자 역시 스프레드 확대와 호가 공백 등 거래 비용 변화를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본 보도에서 제시된 수치들은 모두 기사 작성 시점의 시장 가격과 기대를 반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