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과 스카이댄스 미디어(Skydance Media)의 84억 달러 규모 합병이 마침내 종착역에 다가섰다. 회사 측은 규제 승인 절차가 완료됨에 따라 8월 7일까지 거래를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병은 파라마운트가 보유한 전통적 자산(파라마운트 픽처스, CBS 방송망, 케이블 채널 등)에 기술 중심 성장을 추구하는 스카이댄스의 역량을 접목하는 것이 핵심이다. 거래 총액은 약 84억 달러(약 11조 1,000억 원)로 평가된다.1
합병이 완료되면 스카이댄스 CEO 데이비드 엘리슨(David Ellison)이 새 통합 법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는다. 파라마운트 픽처스라는 100년 전통의 스튜디오와 CBS 방송망, 다수 케이블 채널을 한꺼번에 책임지는 중책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Paramount+ 스트리밍 서비스의 향후 전략, 전통 방송·케이블 자산의 구조조정 방안, 그리고 스포츠 콘텐츠 등 막대한 제작비 지출 계획 등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긴 시간 끌어온 매각 절차가 막바지에 이른 만큼, 스카이댄스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파라마운트 재건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며 모펫네이선슨(MoffettNathanson) 미디어 애널리스트 로버트 피시먼(Robert Fishman)은 분석했다. 그는 “핵심 전략 과제를 해결해 더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를 설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 합병이 창출할 콘텐츠·지식재산권(IP) 시너지
이번 거래로 파라마운트의 방대한 영화·TV 라이브러리(『페리스의 해방』『티파니에서 아침을』 등)와 스카이댄스가 제작에 참여한 현대 블록버스터(『탑건: 매버릭』『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등)가 한 울타리에 묶인다. 합병 완료 후 파라마운트 보통주(Class B)는 새로운 티커 PSKY로 거래될 예정이다.
엘리슨 CEO 내정자는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으나,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파라마운트+ 플랫폼 재구축 및 스트리밍 사업 확대, 그리고 현금흐름 우선 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특히 12개월 전에는 20억 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여력을 파악했다고 언급해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2. 규제 승인·법적 분쟁의 막전막후
전날 연방통신위원회(FCC)가 해당 거래를 전격 승인하면서 합병은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파라마운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CBS 『60 Minutes』 인터뷰 편집 관련 소송을 1,600만 달러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 승인을 사기 위한 뒷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FCC는 “소송과 심사는 별개”라며 독립성을 강조했다.
또한 FCC 협상에서 스카이댄스는 CBS에서 제기될 수 있는 편집 편향·윤리 문제를 다룰 옴부즈맨 설치에 동의했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프로그램 중 일부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이니셔티브를 “역차별”이라고 비판해온 것과 무관치 않다.
3. 레드스톤 가문의 퇴장
이번 거래는 파라마운트 모회사 내셔널 어뮤즈먼츠(National Amusements)를 지배해 온 샤리 레드스톤(Shari Redstone)에게서 오랜 영향력을 떼어내는 의미도 있다. 그녀의 부친이자 미디어 거물 섬너 레드스톤은 1994년 파라마운트를 인수해 제국을 일군 주역이지만, 이번 합병으로 레드스톤 가문은 사실상 경영권을 내려놓게 된다.
4. 내부 변화 가속 — 인력·조직 개편
합병 절차가 본격화된 지난 1년 동안 파라마운트는 조직 슬림화·비용 축소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제작부서 통합, 케이블 채널 운영 축소, 그리고 경영진 교체가 이어졌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 나빈 초프라(Naveen Chopra)는 6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로 이직하며 회사를 떠났다.
5. 스트리밍 전쟁 속 파라마운트+의 과제
현재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 프라임비디오·맥스(舊 HBO Max) 등 거대 플랫폼이 경쟁하는 글로벌 OTT 시장에서 파라마운트+는 후발주자로 평가된다. 기술 인프라 고도화,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 스포츠·라이브 프로그램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 엘리슨 내정자는 “기술 DNA를 이식해 사용자 경험(UX) 혁신과 데이터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2
아울러 광고 기반 스트리밍(AVOD)·무료 FAST 채널 등 신규 수익 모델에도 공을 들일 전망이다. 이는 제작·유통 비용 대비 현금흐름을 개선하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6. 전문가 시각 — 리스크와 기회
미디어 업계 컨설턴트들은 콘텐츠 제작비 상승, 광고 경기 둔화, 케이블 컷(Cord-cut) 가속을 복합 리스크로 지적한다. 그러나 방대한 IP 포트폴리오와 블록버스터 제작 경험, 그리고 CBS의 전국 네트워크는 여전히 강력한 자산이다. 엘리슨 체제가 “IP 활용 극대화 + 기술 혁신”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현실화할 경우, 파라마운트는 ‘전통·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여지가 있다.
한편 시장 참가자들은 PSKY로 재상장될 클래스 B 주식의 거래 변동성에도 주목한다. 합병 프리미엄, 구조조정 비용, 스트리밍 손익분기(BEP) 시점 등이 주가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7. 용어 해설 및 배경
옴부즈맨(Ombudsman)은 시청자·독자 민원을 독립적으로 조사·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다. DEI는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 프로그램을 뜻한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은 무료이지만 광고를 시청해야 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미한다.
또한 Class B 주식은 의결권이 상대적으로 제한된 보통주로, 파라마운트는 지배구조상 Class A(고의결권)와 이원 체제를 운영해 왔다. 합병 후에도 Class A 구조가 그대로 유지될지는 향후 이사회 결정 사항이다.
8. 전망
규제 승인, 소송 합의, 지배주주 교체 등 복잡한 난제를 통과한 이번 합병은 미국 미디어 산업 지형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엘리슨의 비용 절감 20억 달러 공약이 실질적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지, 또 파라마운트+가 스트리밍 전쟁에서 존재감을 확장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궁극적으로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전통 방송·극장 개봉·스트리밍을 아우르는 ‘트라이브리드(Tribid)’ 모델을 구축하려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콘텐츠 파워와 기술 혁신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미디어 실험”으로 평가한다. 성공 여부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독창적 IP와 사용자 경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 각주
1 1달러=약 1,320원 환율 기준.
2 엘리슨 발언은 2024년 6월 스카이댄스 사내 타운홀 행사 녹취에 근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