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AI 로드맵 가속 위해 인수합병에 적극적…투자 ‘대폭’ 확대”

[미디어·테크 업계 시선 집중] 아이폰 개발사인 애플(Apple)의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미국 아이다호 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열린 ‘앨런앤드코 선밸리 미디어‧테크 콘퍼런스’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은 2025년 7월 8일 촬영됐다.

2025년 7월 3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계획과 인수합병(M&A) 전략을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애플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해 월가의 관심이 모였다.

팀 쿡 CEO는 “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상당히(significantly)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들어 이미 약 7개의 회사를 인수했으며, 그중 일부는 AI 역량 강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Tim Cook CNBC

우리는 로드맵을 앞당겨 줄 수만 있다면 규모를 가리지 않고 M&A에 열려 있다” — 팀 쿡

그는 또한 “올해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들은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규모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애플의 최대 인수 사례는 2014년 비츠 일렉트로닉스(Beats Electronics)를 30억 달러에 사들였던 건이 마지막이다.

월가의 압박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실리콘밸리 경쟁사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어서다.

애플의 2025년 6월 분기 설비투자(capex)는 34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21억5,000만 달러보다 늘었다. 이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해도 약 14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구글(알파벳)은 850억 달러, 메타는 최대 72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 300억 달러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투자 확대 & 조직 재배치

쿡 CEO는 “6월 분기에 이어 9월 분기에도 투자를 대폭 늘릴 것”이라며 “사내 인력을 AI 기능 개발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반 파레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플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필요한 시스템을 운영비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자사 칩이 탑재된 서버를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라는 이름으로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엔비디아 등 외부 반도체 업체의 상용(merchant) 칩이 아닌 애플 실리콘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지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AI 관련 투자 때문이다.” — 케반 파레크 CFO

아이폰 생태계 ‘위험론’ 일축도 이어졌다. 5월, 전 애플 수석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오픈AI가 65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새로운 AI 디바이스가 아이폰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쿡 CEO는 “아이폰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도 “새로운 기기들은 보완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시 한 번 “AI 관점에서 애플의 초점은 개인화·프라이버시·플랫폼 통합에 있다”고 강조했다.

“AI는 우리 생애에서 가장 심오한 기술 중 하나다. 모든 디바이스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 팀 쿡

용어 설명

M&A(Mergers and Acquisitions)는 기업 인수합병을 의미한다. 전략적 기술·인력 확보 수단으로, 빅테크 기업들이 신기술을 빠르게 내재화할 때 주로 활용한다.

Capex(Capital Expenditures)는 설비투자 혹은 장기 자산 구입에 쓰이는 자금을 말한다. AI 서버, 데이터센터, 반도체 생산 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Private Cloud Compute는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을 사용해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 데이터 보호와 전력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대형언어모델(LLM)은 챗GPT로 알려진 생성형 AI의 핵심 기술이다. 코퍼스(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과 유사한 텍스트를 생성할 수 있다.

기자 해설 & 전문적 통찰

애플이 여전히 경쟁사 대비 ‘적은’ 투자 규모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수직 통합 구조로 인해 외부 클라우드 고객을 상대할 필요가 없다. 둘째, 제품 판매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서버 임대 중심의 ‘클라우드 플레이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투자액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는 점은 ‘애플도 결국 AI 레이스의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자체 칩을 서버에 투입한다는 전략은 에너지 효율성·데이터 보안·생태계 통제력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경쟁사들이 엔비디아 GPU에 의존해 막대한 전력 소모와 공급 병목을 겪는 것과 대비된다.

다만, 투자 규모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서비스형 AI(AIaaS) 시장에서는 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비해 속도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 애플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기기를 통한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결국 관건은 ‘아이폰 중심의 생태계’가 얼마나 빠르게 AI 기능을 흡수해 사용자 경험을 재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쿡 CEO가 강조한 ‘개인화·프라이버시·심리스 통합’이라는 세 축은, 애플이 앞으로도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