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3.4조 달러’ 숫자가 함의하는 것
미 의회예산국(CBO)이 추정한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하 OBBB)의 재정적 구멍은 3조4,000억 달러다. 2034년까지 연방 부채 비율을 GDP 대비 134% 선까지 끌어올릴 이 법안은 단순 감세 패키지가 아니다. 감세·지출 확대·복지 삭감이 혼재된 거대 재정 실험이자, 향후 10년 미국 자본·통화 중심축을 재편할 분수령이다.
2. 법안 핵심 조항 요약
- 감세 연장: 2017년 트럼프 감세법(TCJA) 개인·패스스루 세율 일몰 연장.
- 근로소득 공제: 팁·시간외수당 4년간 과세 제외.
- 지출 확대: 국방비 4,500억 달러, 국경 단속·이민 추방 2,300억 달러 추가.
- 재원 조달: 메디케이드·SNAP·청정에너지 예산 1조1,000억 달러 삭감.
표 1 : 연방 재정 영향 (2025~34년, CBO 기준)
구분 | 10년 증감액(억$) | 주요 항목 |
---|---|---|
세입 감소 | -45,000 | 개인·기업 감세, 공제 확대 |
지출 증가 | -20,000 | 국방·이민·인프라 |
지출 삭감 | +11,000 | 복지·녹색예산 절감 |
순효과 | -34,000 | 추가 적자 = 부채 증가 |
3. 장기국채 금리 시나리오
① 기준 시나리오: 국채 순발행이 연평균 2.6조 달러로 확대되면 10년물 금리는 2030년 6.2%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② 리쇼어·건전성 시나리오: 성장률(+0.3%p)과 생산성 향상이 부분 상쇄해도 10년물은 5% 이상 유지. ③ 디플레-안전자산 시나리오: 경기 급랭과 글로벌 위험회피가 동반되면 4%대로 내려올 수 있으나, 이는 세수 악화→부채 증가→등급 강등 악순환과 맞물린다.
4.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 경로
연준은 재정 기조 완화 + 구조적 공급 제약 속에서 중립금리(r*) 상향 압력을 받는다. 2025~27년 기준금리 하향 속도를 가로막는 ‘재정 도플러 효과’가 나타난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2.2%→2.7%로 고정되면, 연준은 3%대 고정금리를 용인하더라도 실질금리를 플러스 영역으로 유지해야 한다.
5. 국가신용등급·달러 패권
피치·S&P는 이미 “재정 궤적이 확정되면 12~18개월 내 US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등급이 AA로 하향될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요건 변화로 글로벌 은행의 미국채 수요가 연 2,000억 달러 줄어드는 ‘규제 디레버리징’ 리스크가 있다. 그러나 달러 결제 네트워크의 시장지배력 + 안전자산 프리미엄 탓에 구조적 탈달러화 확률은 낮다. 다만 역내 CBDC·위안화 결제 확산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속적 경계가 필요하다.
6. 산업·자산군별 파급
- 은행·보험: 장단기 금리차 확대 → 예대마진 회복; 장기채 평가손 확대.
- 건설·방산: 국방·인프라 수주는 플러스.
- 친환경 섹터: 세액공제 축소 → 태양광·풍력 CAPEX 둔화.
- 필수소비재: 복지 삭감 → 저소득 소비 위축·리테일 페달티 다운트레이드.
- 하이일드 채권: 베이시스 확대·리파이낸싱 비용 상승으로 스프레드 100bp 이상 벌어질 가능성.
7. 투자 전략: 4단계 로드맵
- 듀레이션 바스켓 재조정: 7~10년 구간 TIPS 비중 확대해 실질금리 급등 헤지.
- 크로스 커브 스티플러(Long 2Y, Short 10Y): 단기채 수급 타이트, 장기채 충격 노출.
- 섹터 로테이션: 디펜스·에너지·필수소비(가격 전가력 보유) 비중 확대.
- 달러 인덱스 콜옵션: 위험회피 국면에서의 달러 강세 헤지.
8. 필자 견해: 재정 ‘큰 정부 vs. 작은 정부’ 프레임을 벗어나야
세입 감소·지출 확대는 미국 정치의 구조적 타협이며, 양당 모두 ‘적자 키우기→다음 정권에 넘기기’ 관행을 반복해 왔다. OBBB는 그 첨예한 종합판이다. 필자는 ①소득세·소비세 복합 조정, ②ESG 복지지출의 성과연계 예산 전환, ③연준·재무부의 부채 리스크 공동 시나리오 공개 의무화를 제안한다.
9. 결론
OBBB는 단기 경기부양효과와 장기 재정 취약성을 동시에 품은 ‘이중적 칼’이다. 장기금리 레짐 체인지, 연준 정책 커뮤니케이션, 국채 수요의 질적 재편 등 이미 작동이 시작됐다. 투자자는 “부채의 시대에 요구되는 포트폴리오 체질”을 점검해야 한다. 이것이 필자가 보기에 ‘빅 뷰티풀’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가장 거대한 숫자의 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