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EU에 15% 기본 관세 요구… EU, 보복 관세 및 디지털 제한 검토

[워싱턴·브뤼셀] 미국 행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새 무역협정에서 대부분의 유럽산 제품에 최소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요구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EU가 즉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

2025년 7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WSJ는 협상 상황을 보고 받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EU 협상단은 당초 10% 수준의 ‘베이스라인 관세’를 수용할 준비를 했으나, 백악관이 15% 이상을 제시할 것이라는 미국 측 통보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관세 인상 압박에 독일은 그간의 절충 노선을 접고, 프랑스가 주도해온 강경 대응 기조에 무게를 실었다. 독일 외교 소식통은 “더 이상 양보 일변도로는 협상을 끌어낼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U, 맞대응 카드 다각화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응책을 검토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1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
2 디지털 서비스 제공 제한
3 공공조달 시장에서 미국 기업 접근 제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안티코어션(anti-coercion) 규정’의 발동 가능성이다. 해당 조항은 EU가 경제적 강압을 받는 경우 투자·무역에 대한 포괄적 보복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극약 처방이다.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제 가동 시 정치·외교적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안티코어션 조항 해설
해당 규정은 2023년 12월 발효된 EU 통상 규제 체계 중 하나로, 회원국 만장일치 없이도 가중다수결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위협처럼 예측 불가능한 조치에 맞서는 EU의 ‘최후 수단’”으로 평가한다.


협상 시한은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 “8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압박을 가하겠다”셀프 데드라인을 설정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여전히 타결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낙관론을 폈다. 반면 한 EU 외교관은 WSJ에 “협상이 결렬되면 어느 선택지도 모두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현재 미·EU 간 일일 교역 규모5억 달러를 웃돈다. 글로벌 공급망이 촘촘히 얽혀 있는 만큼, 관세전쟁이 현실화될 경우 자동차·항공·농산물·IT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비용 상승교역 위축이 불가피하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15%라는 수치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서 허용되는 평균 관세율을 크게 상회한다”며, 다자무역 체제의 위상을 흔드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식 ‘무역 흥정술’이 협상 전략의 일환일 뿐, 실제 관세 발동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EU 내부에서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경 통상 카드를 끝까지 밀어붙일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열릴 예정인 EU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안티코어션’ 조항 발동을 포함한 대응 로드맵이 공식 의제로 상정될 전망이다.

통상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공급망 재편가격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 시나리오 검토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독일·스웨덴 업체, 그리고 프랑스 럭셔리·식품 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거론된다.


기자 분석

기자는 이번 협상을 ‘정치적 치킨게임’으로 평가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에도 ‘먼저 위협 → 후에 부분 철회’라는 패턴으로 실리를 챙긴 바 있다. EU가 이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회원국 간 이해가 엇갈려 일사불란한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 미국의 레버리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는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에 일정 부분 시장 추가 개방을 약속하는 대가로, 농산물·디지털세 문제에서 EU가 일정 이득을 확보하는 식의 ‘패키지 딜’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간이 촉박한 만큼, 8월 1일 전에 큰 틀의 정치적 합의만 도출하고 세부 사항은 4분기로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흐름은 단순히 미·EU 양자 관계를 넘어 글로벌 무역 규범다자주의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다. 투자자라면 무역 관련 ETF·선물·외환 시장 변동성 확대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