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5월 30일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 미플린에 위치한 U.S. Steel Irvin Works를 시찰하는 장면사진: Leah Millis | Reuters은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8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50%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적용 대상을 추가로 407개 품목까지 확대했다. 이에 따라 관세의 적용 범위와 파급력이 크게 확장됐다는 평가다.
이번 조치는 19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됐으며, 미국 통상확장법 232조(Section 232)에 근거한다.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될 수 있는 물품’에 대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무역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무역정책의 핵심 도구로 활용해 왔다.
관세 확대의 구체적 내용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ureau of Industry and Security·BIS)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치는 철강·알루미늄 관세의 사각지대를 차단함으로써 미국 철강·알루미늄 산업의 지속적 재활성화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확장된 목록에는 소방용 소화기, 각종 산업 기계류, 건설 자재, 특수 화학제품, 자동차 부품, 가구 부품 등 금속 소재를 직접 사용했거나 금속을 포함한 파생 제품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자동차 부품, 화학제품, 플라스틱, 가구 부속품 등 ‘반짝이거나 금속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물건’이라면 거의 모두 명단에 올랐다.” – 브라이언 볼드윈(국제물류기업 쿠네+나겔 부사장)
볼드윈 부사장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추가 관세가 아닌 “철강·알루미늄 파생제품에 대한 규제 방식 자체의 전략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상무부가 공개한 목록은 각 품목을 10자리 HTS(통합관세표·Harmonized Tariff Schedule) 코드로만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소화기는 ‘8424.10.0000’으로만 표시돼 있어 일반 소비자가 어떤 품목이 포함됐는지 즉각 파악하기 어렵다. HTS 코드는 세계관세기구(WCO)가 정한 국제 통일 품목분류 체계로, 대외무역 실무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경제적 파급 효과
미시간주립대 공급망관리학과의 제이슨 밀러 교수는 LinkedIn에서 “2024년 기준 일반 수입가격(General Customs Value)을 적용해 보면,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영향을 미치는 수입 규모는 최소 3,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밀러 교수는 “이미 상승 중인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비용 인상 압력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통상 확장법 232조 관세가 차례로 누적되면서, 미국 내 제조업체는 원자재와 부품 단가가 동반 상승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특히 자동차·가전·건설 자재처럼 철강·알루미늄 투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공급망 재편과 가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국제 무역 전문가는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큰 한국, 일본, EU, 멕시코 기업은 해당 품목별 미국 통관 코드 확인을 서둘러야 한다”며 “코드 확인을 놓칠 경우, 정상 통관 뒤에도 소급 관세가 부과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적 배경과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 대다수 국가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25%에서 50%로 두 배로 올린 데 이어, 한 달 만에 세부 품목까지 확대하는 초강수를 뒀다. 백악관은 이번 품목 확대가 ‘국가 안보’를 위한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동맹국들은 WTO 규범 위반 가능성과 자국 산업 피해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무역 변호사는 “중복 관세(double tariff)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국가별로 다른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 새 품목 확대분이 별도로 적용될 경우, 실제 세율이 50%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자 해설: 무엇을 주시해야 하나
첫째, 공급망 교란이다. 관세가 원자재 단계뿐 아니라 파생·가공 단계까지 전방위로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을 거치는 모든 경로가 재평가 대상이 됐다. 한국 수출기업이라면 HS 코드 단위로 원산지 및 성분 검증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둘째, 물가 파급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PPI(생산자물가지수) 상승세에 더해, 관세 비용이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연준(Fed)의 통화정책에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셋째, 외교·안보 카드로서의 관세 활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황, 러시아와의 외교 교섭 등 다른 의제에서도 무역 카드를 병행 사용하고 있다. 이는 관세가 더 이상 순수 경제 이슈가 아닌, 국제정치 레버리지라는 점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결정은 미국 의회·사법부와의 견제·균형 구도에서도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D.C. 경찰권 이양 소송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잇따르는 가운데, 관세 확대 역시 법원 판단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HTS 코드(Harmonized Tariff Schedule Code): 세계관세기구(WCO)가 제정한 6자리 HS 코드를 기초로, 각국이 자체 세부 분류를 더해 최대 10자리까지 확장한 물품 분류 체계다. 실제 통관 시 관세율·수입 규정·수급 통계 등을 판정하는 무역 실무의 핵심 열쇠다.
통상확장법 232조(Section 232 of the Trade Expansion Act of 1962):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수입 물품에 관세·수량 제한 등 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률 조항이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처음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도입하면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졌다.
※ 본 기사는 CNBC·Reuters 등 외신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어 화자를 위해 재구성·번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