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철강 산업 보호를 위해 U.S.스틸(U.S. Steel)의 일리노이주 공장 폐쇄 결정을 전격적으로 뒤집었다. 행정부는 정부가 보유한 이른바 ‘황금주(golden share)’ 권한을 행사해 공장 가동 중단을 막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2025년 9월 19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당 권한을 발동했으며, 이는 800여 명의 일자리를 지키는 직접적 효과를 가져왔다.
U.S.스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일리노이주 그랜트파크(Grant Park) 소재 공장 가동 중단 계획을 철회하고 정상 운영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닛폰스틸(Nippon Steel)이 인수한 이후에도 미국 내 철강 공급망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당초 2025년 11월부터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멈추고 설비 일부를 해외 이전할 방침을 검토했으나, 정부 개입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Howard Lutnick)은 U.S.스틸 최고경영자(CEO) 데이브 버릿(Dave Burritt)에게 “대통령이 황금주 권한을 행사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금주(golden share)란? 국가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의결권 또는 거부권을 소규모 지분으로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한 주식 구조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특히 공장 폐쇄·매각·해외 이전과 같이 국가 경제 및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을—거부권으로 제어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뿐 아니라 브라질·인도에서도 활용되는 방식이며, 미국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해당 권한을 발휘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U.S.스틸은 1901년 설립된 전통적 철강 기업으로, 미국 국내 철강 수요의 상징적 공급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수익성 악화와 글로벌 공급과잉 속에서 해외 자본과의 합병·재편이 이어졌고, 2024년에는 닛폰스틸에 지분 대부분이 매각됐다. 이번 정부 개입은 외국계 대주주와 미 행정부 간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한 최초의 시험대로 평가된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보호무역 기조가 다시 부상할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금번 조치가 철강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해외 투자 유치 환경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면 노동조합과 지역사회는 800명의 고용 유지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일리노이 경제개발청 관계자는 “가동 중단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지역 소득 1억 달러 이상이 증발할 뻔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시각에 따르면, 황금주 제도는 단기적으로 고용과 공급망 안정을 도모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의사결정 자율성과 해외 자본 유입을 제약할 위험도 존재한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미국 내 산업 정책과 투자 자유화 간 균형점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편집자 주: 본 기사는 로이터 및 WSJ 보도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모든 수치는 기사 작성 시점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