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EV) 우대 정책을 대대적으로 철폐하면서, 완성차 기업들의 사업 전략과 수익성 전망이 급변하고 있다. 첫 날부터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지시한 행정명령에 이어, 세제 혜택 및 환경 규제완화 조치가 연달아 발표되면서 전통 내연기관 차량엔 유리하고 전기차 업체엔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2025년 8월 1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환경보호청(EPA)은 2009년 수립된 ‘온실가스가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판정을 철회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의회는 새 세제·지출 법안을 통과시켜 신차 EV 7,500달러, 중고 EV 4,000달러 세액공제를 9월 30일부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규제 크레디트(Regulatory Credit) 매입 의무도 사라져, 전기차 제조사가 화석연료 차량 제조사에 판매하던 크레디트 수익원이 사실상 고갈될 전망이다.
Regulatory Credit란 친환경·무공해 차량을 생산하는 제조사에 부여되는 ‘환경 가산점’으로, 이를 구매한 내연기관 제조사는 자체 배출량 초과분을 상쇄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법 개정으로 해당 시장이 폐쇄되면, EV 전문 기업은 예상치 못한 매출 공백을 겪게 된다.
1. 테슬라(TSLA)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7월 23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현재 미국 내 전기차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과도기에 들어섰다”며 “몇 분기 동안 실적이 거칠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바이바브 타네자는 세액공제 종료 전 최대한 많은 차량을 국내 고객에게 인도하기 위해 저가형 모델 생산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테슬라는 규제 크레디트 판매에 사업을 의존해오진 않았으나, 제도 폐지로 인해 관련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2. 제너럴모터스(GM)
GM CFO 폴 제이컵슨은 7월 22일 실적 설명회에서 “인센티브 제거로 전기차 수익성에 역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업계 전반에 9월 말 이전 EV 수요 급증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이후에는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본다. 다만 2025회계연도 실적엔 “제도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2분기 GM의 EV 판매량은 46,300대로, 총 판매량 97만4,000대 가운데 4.7%에 그쳤다. 그는 “다양한 내연기관·전기차 포트폴리오 덕분에 EV 수요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내재적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3. 포드(F)
포드 CEO 짐 파릴리는 7월 30일 컨퍼런스콜에서 “규제 완화로 인해 EV 관련 투자와 자본 배분을 대폭 조정했다”며 “여러 모델 출시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일부 프로젝트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차종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장이 현실적인 해법이라며 “6만~7만 달러 가격대의 순수 전기 크로스오버보다 하이브리드가 장기적으로 고객 수요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FO 셰리 하우스는 세액공제 종료 이후 “미국 내 EV 생산을 축소하고 유럽 및 기타 지역·내연기관 생산으로 비중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4. 리비안(RIVN)
리비안 CFO 클레어 맥도너는 8월 5일 실적 발표에서 “2025년 남은 기간 규제 크레디트 수익이 없을 것”이라며 올해 크레디트 매출 예상치를 3억 달러에서 1억6,00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CEO 로버트 스캐린지는 “단기적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전통 업체들의 전기차 투자 동인이 약화돼 경쟁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 변화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배터리·충전 인프라 투자 회수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본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 판매는 단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캘리포니아·뉴욕 등 주정부 차원의 친환경 규제가 여전히 유효해, 기업들은 ‘연방 완화 vs. 주(州) 강화’라는 규제 이중구조에 맞춰 복합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지속가능 모빌리티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흐름이지만, 정책 모멘텀의 완급 조절에 따라 기업 별 투자 타이밍과 손익분기점이 달라질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분석했다.
향후 주목할 관전 포인트는
- 연방 의회 구도 변화에 따른 세제 혜택 부활 여부
- 주정부가 독자 시행 중인 ZEV(무배출차) 의무 판매제 확대
-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산 배터리·부품 사용 요건
등이다.
결국 완성차 업체들은 단기 유동성 확보와 장기 기술 우위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변동성을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