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인텔 지분 10% 확보 검토…정부 최대주주 가능성

Lip-Bu Tan at White House

워싱턴 D.C.·샌프란시스코—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C)지분 10%를 취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미국 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되는 길이 열리게 된다.

2025년 8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행정부는 2022년 제정된 미국 CHIPS(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라 인텔이 이미 배정받은 보조금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지분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지분 가치 및 보조금 규모
현재 시가총액 기준 인텔 지분 10%의 가치는 약 104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한다*1. 반면 인텔은 해당 법에 따라 총 109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이미 확보했다. 이 중 상업용 생산 설비에 79억 달러, 국가안보 프로젝트에 30억 달러가 할당됐다.

“정부 투자가 현실화되면, 지난 14일 인텔 주가가 9% 급등했던 것처럼 시장에 다시 한번 강력한 모멘텀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부 내부에서 해당 안이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인텔·행정부 간 구체적 협의가 오갔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인텔과 백악관 모두 CNBC의 문의에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 전략으로 떠오른 “미국產 반도체 부흥”
인텔은 한때 미국 반도체 산업의 절대적 강자였지만, 첨단 공정 경쟁에서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 등에 뒤처져 왔다. 자국 반도체 역량 회복은 워싱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인텔을 ‘국가대표’로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공화 양당의 초당적 지지로 통과된 CHIPS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프로젝트에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배정했다. 이 자금은 TSMC·삼성·엔비디아·마이크론·글로벌파운드리스 등 글로벌 업체 뿐 아니라 인텔에도 대규모로 흘러 들어갔다.

용어 설명:CHIPS and Science Act“는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연구 생태계 강화, 공급망 안정화, 과학기술 연구 투자 확대를 목표로 만들어진 법이다.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제정됐으며, 보조금·세액공제·연구개발 지원이 핵심 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의 대의(반도체 산업 강화)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도한 정부 개입’이라며 올해 초 법안 폐지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 의회 지도부는 아직 공식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은 6월 “일부 보조금 조건을 재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자금 전환 시나리오와 영향
만약 보조금이 지분으로 전환될 경우, 인텔은 추가 현금 유입은 줄어들지만 정부를 든든한 장기 주주로 확보하게 된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 분야에서 ‘정부 주도 국가 챔피언’을 육성하려는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인텔은 AI(인공지능) 반도체 열풍에도 아직 뚜렷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했으며, 대규모 설비 투자에도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에서 유력 고객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관세·규제를 활용해 기업들이 인텔 칩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Intel Chip

그러나 ‘돈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생산 역량뿐 아니라 설계·생태계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의 2억 달러 추가 투자
한편 18일 발표된 소프트뱅크(SoftBank)의 20억 달러 투자는 인텔 지분 약 2%에 해당하며, 손정의 회장은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이 확대될 것이며 인텔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LSEG 데이터 기준 소프트뱅크는 인텔 5대 주주가 됐다.

블룸버그 보도 후 3% 하락했던 인텔 주가는 소프트뱅크 소식이 전해지자 로빈후드(미국 개인투자자 플랫폼) 장외거래에서 5% 이상 반등했다.

CEO 리프-부 탄의 ‘백악관 회동’
올해 3월 취임한 리프-부 탄(Lip-Bu Tan)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탄 CEO의 중국 관련 경력을 문제 삼으며 교체를 요구했으나, 회동 이후 “놀라운 스토리를 지닌 인물”이라며 평가를 바꿨다. 당시 정부 지분 참여가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 참조: 2025년 8월 18일 장마감 기준 인텔 시가총액 1,040억 달러(LSEG 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