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토지에서 진행되는 태양광 및 풍력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재생에너지 업계를 또다시 압박하고 있다.
2025년 7월 17일(현지시간), CNBC 뉴스에 따르면, 미국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는 내부 메모를 통해 앞으로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와 관련된 임대계약(lease)·통행권(rights-of-way)·건설계획 승인 등 모든 절차의 최종 결정권을 더그 버검(Doug Burgum) 내무장관에게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메모(공개일자 7월 17일)는 “연방 소유지에서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관의 최종 검토(final review)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 결과, 실무단계에서 통과된 서류라 하더라도 장관이 재검토를 요구하거나 반려할 수 있어 프로젝트 지연이나 취소 위험이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석탄·천연가스와의 형평성 회복” vs “정치적 방해“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지속적으로 불이익을 받아온 석탄과 천연가스 산업의 경쟁 여건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국 재생에너지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클린파워협회(American Clean Power Association·ACP)는 이번 조치를 “정치적 목적의 의도적 지연“이라고 비판했다.
“내무부가 3단계에 달하는 새 행정 절차와 전례 없는 정치적 재검토를 추가해 국내 에너지 건설사업을 가로막고 있다.
— 제이슨 그루멧 (Jason Grumet) ACP 최고경영자
태양광산업협회(Solar Energy Industries Association·SEIA) 대변인인 스테파니 보쉬(Stephanie Bosh)도 “전력 수요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으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관료적 절차 확대는 공급 확대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재생에너지 업계에 잇따른 타격
이번 조치는 올해 들어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의회가 재생에너지 분야에 가한 일련의 규제 및 세제 변화 가운데 가장 최근 사례다. 지난 7월 3일 통과된 『원 빅 뷰티풀 빌(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은 미국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성장의 핵심이었던 세액공제(Investment Tax Credit·ITC, Production Tax Credit·PTC)를 폐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서명 직후 발표한 행정명령에서 “불안정하고 해외 통제 위험이 있는 에너지원에 대한 시장 왜곡적 보조금을 종식한다”며, 재생에너지보다 석탄·천연가스·원자력 같은 ‘신뢰할 수 있는(dispatchable)’ 전원의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ACP 집계에 따르면, 현재 연방 토지에서 운영되는 프로젝트는 전체 태양광 설비의 약 5%, 풍력 설비의 약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연방 정부의 강화된 허가권은 미래 프로젝트 승인 과정 전반에 불확실성을 높이며 투자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용어 풀이와 규제 메커니즘 이해
이번 메모에서 언급된 rights-of-way(통행권)는 발전소에서 전력을 송전선로로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상권·도로 사용권을 일컫는다. 이 권리를 취득하지 못하면 발전설비 자체는 완공돼도 전력망 연계가 불가능하다. 국유지에서 사업을 수행할 경우, 통행권 역시 연방정부 허가 사항에 포함된다.
또한 final review(최종 검토) 단계는 행정기관 내부 승인 절차 중 가장 마지막 단계로, 통상 실무자·지역국 담당자가 서류를 검토한 뒤 비서실(Executive Secretariat)을 거쳐 장관에게 올라간다. 장관은 서류를 반려하거나 추가 정보 요청, 승인 보류 등 전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전문가 시각: 장기적 변동성 확대
재생에너지 투자자에게 이번 조치는 두 가지 리스크를 시사한다. 첫째, 규제 리드타임 증가로 프로젝트 착공까지의 기간이 길어져 내부수익률(IRR)이 저하될 수 있다. 둘째,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본조달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화석연료 및 원자력 분야에는 상대적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에너지 믹스가 재래형 발전 중심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예측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전기차 인프라 확대로 전력 수요가 연평균 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전원 다변화보다 특정 기술 편중이 심화될 경우 전력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현재 내무부의 최종 검토를 앞둔 대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만 해도 수십 GW 규모로 추정된다. 업계는 계약 체결 전 장관실 단계의 리스크를 보다 세밀하게 반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편, 민주당 주지사들이 이끄는 서부 주(州) 정부들은 주 차원의 허가 간소화로 연방 규제 강화 효과를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州)-연방 간 규제 갈등도 새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 말까지 허가 지연, 세제 혜택 축소, 공급망 병목 현상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 미국 재생에너지 설치량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