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의 친화석유 기조에도 뉴욕 ‘기후 주간’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

뉴욕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이 오는 일요일 맨해튼 곳곳에서 막을 올리며, 행사 시작 15년 만에 참가 기업·기관, 세부 행사 수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25년 9월 2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 기후 주간에는 1,000개가 넘는 세미나·패널 토론·칵테일 파티 등이 등록돼 지난해(약 900건)를 크게 웃돈다. 주최 측인 영국계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Climate Group)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열기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고 밝혔다.

행사를 총괄하는 헬렌 클라크슨(Helen Clarkson) CEO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과 규제 완화 움직임 속에서도 ‘과연 사람들이 올까?’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참여 열기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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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역풍(逆風) 속에서 오히려 힘 얻은 민간 주도 동력

기후 주간은 2009년부터 유엔 총회(UN GA)와 같은 기간 열려 왔으며, 글로벌 CEO·정책 결정자·투자자가 한자리에 모여 ‘기후 해법’을 논의하는 대표적 네트워킹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행정부의 기후 회의주의가 오히려 민간·시장 부문의 결집을 자극했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 전(前) UN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피게레스는 10년 전 파리협정(2015)을 설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과거에는 각국 정부가 견인차였지만, 이제는 시장과 실제 경제 주체가 흐름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스위스 탄소포집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올해 4배 넘는 세션에 이름을 올렸다. 클라임웍스 공동 CEO 크리스토프 게발트(Christoph Gebald)는 “탄소 제거(carbon removal)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며 “기업 최고경영진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주목

기후 정상회의·COP30 앞둔 미묘한 지형 변화

오는 수요일 유엔 총회 무대에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사무총장 주재로 특별 기후 정상회의가 열린다. 다수 국가가 새로운 국가결정기여(NDC) 목표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미국과 EU는 이번엔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중국, 이번 연말 COP30 개최국인 브라질 등 신흥국이 의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다만 소식통은 “중국의 감축안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EU 내부도 목표 수치를 두고 이견이 여전하다. 덴마크 라스 오가르드(Lars Aagaard) 기후장관은 “EU는 전통적으로 재정·감축 면에서 선두였지만, 이제 전 세계 배출량의 6%에 불과하다”며 “모든 파리협정 당사국이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54% 감축 전망치를 제시, 기존 55% 목표에 근접해 있다. 전문가들은 “11월 COP30에서는 과거 공약 이행을 촉진하는 논의가 핵심”이라며, “기업이 지금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넷제로’ 공약과 투자 갭*넷제로(net-zero):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해 0으로 만드는 상태

비영리단체 넷제로 트래커(Net-Zero Tracker)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대기업 절반 이상이 2050년까지 넷제로 달성을 약속했다. 그러나 런던정경대(LSE) 산하 TPI 센터 분석 결과, 98%의 기업이 투자·지출 계획을 해당 목표에 맞춰 구체화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기후 주간의 과제는 공동 위협에 맞서 새 협력 모델을 그리는 것이다.”
라지브 샤(Rajiv Shah),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 회장

재단이 3만6,348명을 조사해 목요일 발표한 설문에서도 전 세계 응답자의 86%가 “국제 공조가 기후 행동에 필수”라고 답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기후 주간(Climate Week NYC) — 유엔 총회 기간에 맞춰 열리는 비정부·민간 주도 기후행동 페스티벌. 세미나, 전시, 비즈니스 매칭, 문화행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계획.

• 탄소 제거(Carbon Removal) — 대기 중 CO₂를 직접 포집해 저장하거나 활용하는 기술. 예) 직접공기포집(DAC).

• COP(Conference of the Parties) —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매년 열려 국제 기후정책을 논의·결정한다.


기후 위기 대응이 정치적 풍향에 따라 흔들리는 가운데, 시장과 시민사회가 어떤 형태로든 ‘공백’을 메우고 있다는 점이 올해 뉴욕 기후 주간이 던지는 가장 분명한 시사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