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월 의장 해임론 한발 후퇴…“어차피 곧 임기 끝난다”

[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비판하며 파월 의장의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을 즉각 해임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선 “그는 어차피 곧 물러난다“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5년 7월 22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월은 형편없는 일을 해왔다. 8개월 뒤면 임기가 끝날 것“이라며 “지금은 해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4년 임기는 2026년 5월까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 새로운 행정부 출범 전까지 사실상 8개월이 남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자신이 직접 임명한 파월 의장이 금리를 충분히 빠르고 깊게 인하하지 않았다too late라는 별칭까지 붙였다. 그는 “

사람들이 집을 사지 못하는 것은 파월이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

이라며, 파월 의장이 정치적 이유로 금리를 높게 유지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의장

법적 공방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에서 파월 해임 절차를 타진했으나, 곧바로 “매우 가능성은 낮다”고 물러섰다. 연준 의장의 법적 신분은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의회가 제정한 연방준비제도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라 보호받기 때문에, 대통령이 임기 중간에 의장을 해임하려면 ‘정당한 사유(cause)’를 입증해야 한다.

통화정책 외에도 트럼프 행정부와 연준의 갈등은 부동산 리모델링 예산으로까지 번졌다. 백악관은 연준이 워싱턴 D.C.에 위치한 본부 건물 두 곳을 개·보수하는 데 책정한 $25억(약 3조3,000억 원) 규모 예산을 문제 삼으며 “임무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됐다(mission creep)“고 비판했다. 행정부 참모들은 24일 현장을 직접 둘러볼 예정이다.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 동석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파월 의장은 좋은 공직자였지만, 연준 내부의 지출 구조와 역할 범위에 대해 대대적인 내부 감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분야로 예산이 새고 있다”며 파월 의장에게 내부 감사를 요구했다.


■ 용어 해설

벤치마크 차입금리(benchmark borrowing rate)는 연준이 시중은행에 적용하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ed Funds Rate)를 말한다. 이 금리는 모기지, 기업 대출, 학자금 대출 등 소비자·기업의 모든 차입 비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션 크립(mission creep)은 원래 제한된 임무가 점차 확대되면서 본래 목표를 벗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정부 예산 집행이나 군사 작전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 시장 및 정책적 함의

연준 의장 교체 여부는 향후 통화정책의 연속성금리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현재 시장은 2025년 말까지 최소 두 차례 금리 인하 여부를 주시하고 있지만, 파월 의장의 조기 사퇴나 해임이 현실화될 경우 통화정책의 일관성 붕괴에 따른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또한 파월 의장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격화되면 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정치 리스크가 개입될 경우,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금리에도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와 의중, 그리고 연준 내부 감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준의 향후 행보가 미 주택시장, 기업 투자, 글로벌 자본 흐름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