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의 새 인사, 연방 사법부 지형 변화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목요일(현지시간) 브렛 캐버노 대법관 및 고(故) 앤턴린 스칼리아 대법관의 로클럭(법률 서기)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레베카 태이블슨 현 연방검사를 시카고에 소재한 제7순회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1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게시물을 통해 태이블슨을 종신 재직이 보장된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글에서 그녀가 “미국에서 가장 뛰어나고 존경받는 법학자들로부터 배움을 받았다”면서, 그 예로 스칼리아 대법관과 캐버노 당시 콜럼비아 특별구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직접 언급했다.
이번 지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들어 여섯 번째 연방 항소법원 인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2017~2021년) 동안 234명의 판사를 지명·임명했고, 2025년 1월 재취임 이후 총 22건의 사법부 인사를 추가로 발표했다.
태이블슨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캐버노 판사의 법률 서기로 일했으며, 2018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캐버노의 대법관 임명을 지지하는 증언을 했다.
당시 공화당이 다수였던 상원은 성폭행 의혹 공방 속에서도 캐버노를 찬성 50표 대 반대 48표로 인준했다. 캐버노는 고교 시절 성추행 의혹을 부인했다.
이 의혹은 태이블슨이 상원 법사위에 출석해 캐버노의 ‘여성 법률 서기 채용 비율’을 강조한 뒤 공개됐다. 그녀는 증언에서 “캐버노 판사는 여성 서기를 적극 채용하고, 채용 이후에도 전폭 지원한다”고 밝혔다.
캐버노 밑에서 근무한 뒤, 태이블슨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마지막 연도(2015~2016년)에 법률 서기를 지냈다. 이후 미국 대형 로펌 Kirkland & Ellis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다 미 법무부로 옮겼다.
그녀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방 법무차관실(솔리시터 제너럴실)에서 근무했고, 현재는 위스콘신주 동부지구 연방검찰청에서 부지검장(Assistant U.S. Attorney)으로 일하고 있다.
▶ 용어로 읽는 미국 사법제도
법률 서기(Clerk)는 미국 사법부에서 판사를 보좌하며 판례 조사, 의견서 초안 작성 등을 담당하는 엘리트 직군이다. 대법관·항소법원 판사의 서기 경험은 교수·로펌 파트너·연방 판사 등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트랙’의 핵심 경력으로 꼽힌다.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전역을 12개 지역(순회, Circuit)으로 구분해 설치된 중간심 법원으로, 하급심인 연방지방법원과 최고심인 연방대법원 사이에 위치한다. 해당 법원 판사들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며, 임기는 종신이다.
▶ 전문적 시각: 정치·사법 지형에 미칠 파장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보수 성향의 판사를 대거 임명해 연방 사법부의 이념 지형을 우향우로 이동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번 태이블슨 지명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제7순회항소법원은 일리노이·위스콘신·인디애나를 관할하며, 노동·환경·총기 규제 등 다양한 분쟁을 다룬다. 태이블슨이 보수 성향의 스승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와 사법적 보수주의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은 법치·사법 인사 이슈를 핵심 의제로 삼아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태이블슨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민주당은 캐버노의 과거 성폭행 의혹, 스칼리아의 극단적 보수 판례 등을 연계해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태이블슨이 솔리시터 제너럴실 경력을 통해 연방정부를 대리하며 다수의 대법원 소송을 직접 수행했다는 점은 ‘법정 실무 능력’ 측면에서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법률 서기 시절부터 여성·소수자 후배 변호사를 적극 멘토링해 왔다는 증언이 있어, 일부 중도층에서 호감도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상원의 최종 인준 여부는 2025년 상반기 중 이뤄질 전망이며,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하고 있는 만큼 가결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공화 양당이 50석 대 50석으로 팽팽히 맞선 ‘초박빙 구도’가 이어질 경우, 다시금 캐버노 청문회 당시와 같은 ‘극한 대치’가 재현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