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마주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분지(돈바스)를 러시아에 “잘라서 넘기라”고 요구하며 양국 간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2025년 10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에어포스원 기자회견에서 “돈바스는 이미 78%가 러시아 통제 아래 있다”며 “현 전선에서 즉시 전투를 멈추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라.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고 이 사안을 끝내자”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제시한 종전 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강조했다.

두 정상의 만남은 파이낸셜타임스(FT)가 “고성과가 오간 회의”였다고 전할 만큼 험악한 분위기였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은 FT에 “트럼프 대통령이 욕설을 섞어가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붙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에 “매우 흥미롭고 우호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도 “양측에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고 강하게 제안했다. 양측이 모두 승리를 주장하게 하고, 역사가 판단하도록 하자”고 적었다.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지원 문제*1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올랐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러시아를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당근’으로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을 시사했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NBC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오’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예’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지고 있지 않다. 또한 푸틴이 이기고 있지도 않다.”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NBC 인터뷰 중
젤렌스키 대통령은 향후 몇 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푸틴 양자 정상회담에 자신도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가 공식 초청을 받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전문가 시각: 트럼프의 ‘거래형 외교’와 향후 시나리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논리에 쉽게 설득될 위험성을 지적한다. 뉴욕 신스쿨의 니나 흐루시초바 교수는 CNBC ‘스쿼크박스’에서 “트럼프는 과장된 언행 탓에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매우 거래 지향적(transactional)이며 양측을 모두 저울질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트럼프는 푸틴을 끌어안으려 하면서도 토마호크 제공이라는 ‘채찍’을 이용해 일정 부분 통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외교정책 국장 마이클 오핸런은 “군사적 압박에 더해 경제 제재를 강화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석유 수출 제재망을 우회하는 러시아 ‘섀도 플리트(shadow fleet)’*2를 겨냥한 2차 제재를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토마호크와 개인적 친분에만 의존한다면 러시아를 멈추게 하기엔 부족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미국 의회에서는 추가 대(對)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법안과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위반에 대한 제재 강화 방안이 병행 논의되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인도·중국 등에게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 축소를 압박하며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경고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용어 설명 및 배경
*1 토마호크(Tomahawk) 미사일은 사거리 약 1,600km의 미국산 지대지·함대지 순항미사일이다. 초저고도로 비행해 레이더 탐지를 피하며 정밀타격이 가능해 미군과 동맹국이 전략 무기로 운용해 왔다.
*2 섀도 플리트(Shadow Fleet)란 서방 국가들의 원유 가격상한제와 해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러시아가 활용하는 등록 불명확·노후 선박 운송망을 가리킨다. 보험·금융·항만 서비스가 제한되자, 제3국기를 달고 AIS(자동식별장치)를 끄는 방식으로 운항해 감시망을 피해 원유를 수송한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부다페스트 정상회담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초청 받을지 여부, 2) 미국이 토마호크 지원 카드를 실제로 꺼낼 가능성, 3) 러시아 섀도 플리트에 대한 2차 제재 등 추가 압박책이 도입될지가 단기적 변곡점으로 꼽힌다.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일선상 양보안(let both claim victory)’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기정사실화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우려와 “장기 소모전을 끝낼 현실적 타협안”이라는 기대 사이에서 팽팽히 갈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