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연방준비제도(Fed) 수장의 갈등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월가에서는 이에 따른 시장 충격과 대응 전략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2025년 7월 18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측근에게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하고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도 트럼프가 파월 해임 서한 초안을 작성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후 ‘해임이 임박하지는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Lower the Rate, Too Late”
라는 글을 자신이 설립한 SNS Truth Social에 올리며 금리 인하 압박을 재차 강조했다.
사실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청하는 일은 전례가 있다.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은 1992년 재선 실패 원인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느린 금리 인하’에서 찾았다. 그러나 트럼프처럼 공개적으로 공격 수위를 높인 전례는 드물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플로 쇼(Flow Show)’ 보고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주간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왜 금리 인하에 집착하는지 세 가지 예산 항목으로 설명했다. 1미국 정부 총지출 7조 달러 가운데 4조 달러는 의무지출이어서 삭감이 어렵고, 2트럼프는 1조 달러 규모의 재량지출 감축을 사실상 철회했으며, 3또 다른 1조 달러인 국방예산도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지출 구조가 고정된 상황에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통화 정책 완화 외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이 하트넷의 진단이다.
파월 해임 시 ‘베스트 트레이드’ 5선
하트넷은 “경기 침체(recession)가 아닌 상황에서 의장 교체와 금리 인하가 동시에 이뤄진다면”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투자전략을 제시했다.
① 미 달러화 숏(Short US Dollar)
달러 가치가 하락(디베이스먼트·debasement)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② 금·가상자산 매수(Long Gold/Crypto)
정치·통화 불확실성에 대한 ‘아나키 헷지’ 수단으로 금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부각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③ 30년물 미 국채 숏(Short 30-Year Treasury)
경기 호황 국면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장기물 수익률이 상승(가격 하락)할 수 있다는 논리다.
④ 바벨 전략: 미국 기술주와 EAFE·EM 가치주 동시 매수(Long Barbell of US Tech & EAFE/EM Value)
EAFE는 유럽·호주·극동(Europe, Australasia, Far East) 선진국 지수를, EM은 신흥국( Emerging Markets) 지수를 말한다. 성장주(미국 빅테크)와 저평가 가치주(EAFE·EM) 포트폴리오를 양쪽 끝에 배치해 변동성을 상쇄하라는 조언이다.
이 같은 전략 제시에도 불구하고 현재 S&P 500 지수는 이번 주 상승세를 유지하며 17일(현지시간)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BoA에 따르면 이번 주 고객 자금 48억 달러가 주식형 상품으로 유입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유지되고 있다.
용어·배경 설명
• Truth Social – 도널드 트럼프가 2022년 개설한 자체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X(구 트위터) 활동 중단 이후 주요 소통 창구로 활용된다.
• 바벨 전략(Barbell Strategy) – 포트폴리오를 고위험·고수익 자산과 저위험·저수익 자산의 두 극단으로 배분해 평균 위험을 줄이는 투자 기법이다.
• EAFE/EM 지수 – MSCI가 산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로, EAFE는 선진 21개국, EM은 24개 신흥국을 포괄한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해임이 현실화되면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달러 약세와 채권 금리 급등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비트코인이 동시에 강세를 보일 경우, 기존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필요성 역시 커질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의 실질적 해임 권한은 법률·정치적 해석 여지가 많다. 미국 연준법(Federal Reserve Act)은 의장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되, 해임 근거는 명확히 열거돼 있지 않다.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 반발과 소송 리스크가 겹치면 시장 불확실성은 장기화될 수 있다.
결론
현재로선 ‘해임 시나리오’가 실현될지 미지수이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에 제시된 다섯 가지 베스트 트레이드를 검토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환율 변동성과 장기 금리 방향성에 민감한 연기금·기관투자가는 시나리오별 자산 배분 비중을 종합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