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 미국 청정에너지 투자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보다 덜 엄격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세액공제(Federal Investment Tax Credit·ITC) 세부 지침을 내놓자 태양광·풍력 관련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2025년 8월 18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밤 늦게 ‘공사 착수(Under Construction)’ 요건을 재정의하는 세제 혜택 세부 규정을 공개했다. 해당 규정은 총 사업비의 30%에 달하는 연방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핵심 기준이다.
새 지침은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나 풍력단지 개발자가 단순히 자본을 투자했다는 증빙만으로는 부족하며, 토지 정지, 기초 공사, 모듈 설치 등 실질적·물리적 공사를 완료해야 ‘착공’으로 인정한다고 명확히 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규정이 투자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지만, 애널리스트·기관투자자들은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실제 이날 장중 MAC 글로벌 태양광 에너지 지수(MAC Global Solar Energy Index)는 4% 급등했다. 가정용 태양광 설치업체 선런(Sunrun) 주가는 9% 뛰었고, 고효율 패널 제조사 퍼스트솔라(First Solar)는 8.6% 상승해 지수 상승세를 주도했다.
“약간의 복잡성은 생겼지만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 파벨 몰차노프(Pavel Molchanov) / 레이몬드제임스 애널리스트
업계에서는 당초 ‘착공’ 인정을 위해 전체 사업비의 상당 비율을 선집행해야 하거나, 착공 후 세액공제 신청 기한이 대폭 단축될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를 우려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착공 이후 4년 이내에만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세액공제를 유지하도록 현행 규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세부 법안: One Big Beautiful Bill Act
이번 지침은 2024년 제정된 ‘원 빅 뷰티풀 빌 법(One Big Beautiful Bill Act)’의 후속 세칙이다. 법안은 2026년 7월까지 공사를 시작하거나 2027년 말까지 상업운전을 개시한 프로젝트에 한해 기본 30% 세액공제와 추가 보너스를 제공한다. 기존 법령 하에서는 2032년까지 혜택이 가능했으나, 시한이 최대 5년 당겨진 셈이다.
MAC 글로벌 태양광 지수란?
이는 25~30개 주요 태양광 기업으로 구성된 시가총액 가중형 지수다. 태양광 모듈·인버터 제조사를 비롯해 프로젝트 개발·설치·유지보수 기업이 포함된다. 투자자들은 이 지수를 통해 태양광 산업 전반의 가격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연방 ITC(Investment Tax Credit)는 2006년 도입된 세제혜택으로,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투자비용의 일정 비율을 세액에서 직접 차감할 수 있다. 당초 2019년부터 단계적 축소가 예정됐으나, 경기 부양과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일환으로 연장·확대돼 왔다.
전문가 분석 및 시장 영향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조치로 단기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자본 조달 비용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주요 상업은행과 사모펀드가 연계한 세액공제 몬티자이제이션(credit monetization) 구조가 보다 활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물리적 착공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에너지 저장 시스템, 모듈 재고 조기 확보 등 초기 현금 유출이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체력 약한 중소 개발사에 부담으로 작용해 업계 구조조정이나 M&A 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화석연료 지지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규정을 내놓았다는 점은, 에너지 정책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낮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에너지·기후 정책이 초당적 이슈로 재편될 조짐을 보여주는 단서로 해석된다.
미국 내 태양광 설비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실리콘 태양전지·모듈의 공급망이 여전히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위험요인이다. 관세·무역 갈등이 재점화될 경우 세액공제 혜택보다 비용 상승분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투자자들은 단기 호재를 반영해 태양광·풍력 종목 매수세를 확대했지만, 규제 세부 사항이 향후에도 변동될 수 있는 만큼 프로젝트 일정 관리 및 현금 흐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