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가 브라질산 원두에 5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세계 최대 커피 생산ㆍ수출국인 브라질의 물량이 새로운 목적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조치가 미국 로스터(원두를 볶는 업체)와 유통업체는 물론, 브라질 내 생산자와 중남미 항만 물류까지 광범위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내다봤다.
2025년 8월 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관세는 8월 6일부터 발효되며 커피를 포함한 일부 브라질 제품에 적용된다. 이에 따라 매년 약 800만포대(1포대=60㎏)가 미국으로 향하던 브라질산 원두의 행선지가 재조정될 전망이다. 미국은 연간 약 2,500만포대를 소비하는 세계 최대 커피 시장으로, 그중 3분의 1이 브라질 원두였다.
관세 부과 배경을 두고 시장에서는 무역재협상 카드, 외교적 압박 등 여러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브라질이 공정한 무역 관행을 따르지 않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정치 및 외교적 갈등이 더 큰 동인이라고 지적한다.
영향 ①: 미국 내 원두 가격 상승 압력
커피 중개회사 MJ 누전트 & 컴퍼니의 마이클 J. 누전트 대표는 “
이번 관세는 상파울루부터 시애틀까지, 생산지에서 로스터·카페 체인·소비자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고통을 초래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라질이 에티오피아 전체 생산량에 맞먹는 고품질 원두를 미국에 보내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 물량이 한꺼번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공급망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영향 ②: 중국·EU 수요 확대
커피 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은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회원국 간 우호적 무역 구조를 바탕으로 브라질산 원두의 최대 수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독립 자문가 마크 숀랜드는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중 갈등으로 무역 루트가 이미 다변화된 경험이 있어, 브라질 업체가 중국으로 선회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브라질 커피수출협회(Cecafe)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브라질의 대(對)중국 커피 수출은 53만8,000포대로 집계됐다. 업계는 중국의 커피 소비가 최근 연평균 20%씩 성장해 왔고, 1인당 소비량도 지난 5년간 두 배로 늘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미국 수요 일부는 유럽연합(EU)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EU는 브라질산 커피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이미 ▲대형 로스터 설비 ▲선진 커피문화 ▲원활한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미국 로스터 아틀라스 커피 클럽의 로건 앨렌더 대표는 “브라질 물량이 EU로 이동하면 현지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향 ③: 우회 수입 시나리오
농산물 기업 AFEX의 상업 담당 부사장 데바조티 바타차리야는 “멕시코·파나마 등 제3국을 경유하면 물류 비용이 다소 늘겠지만, 실질 관세 부담을 10~1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
추적 가능한 공급망을 확립하지 않는 한, 관세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며, 원유 시장을 비유해 “커피 또한 흐름을 완전히 막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함의
연성 상품(Soft Commodities) 애널리스트 주디스 게인스는 “미 정부가 면세목록에서 커피를 제외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의 정치적 힘겨루기에 커피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브라질 대법원이 동맹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부당하게 대했다”고 주장하며, 8월 1일에는 브라질 대법관 알렉산드르 지 모라이스를 제재했다.
단기 대응
트레이더들은 “8월 6일 전까지 선적된 브라질 커피는 10월 6일까지 미국 입항 시 관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 동부의 대형 로스터 다운이스트 커피 로스터스의 CEO 윌리엄 카포스는 “이미 매입한 물량을 다음 주까지 전량 선적하기 위해 선복(船腹) 확보에 분주하다”고 밝혔다.
카포스 CEO는 “향후 조달처를 중남미·아프리카로 돌릴 계획”이라면서도 “모두가 같은 선택을 하면, 미국 바이어 입장에서는 가격 압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용어 설명
포대(Bag)는 국제 커피 거래에서 통용되는 단위로, 1포대는 약 60㎏이다. BRICS는 신흥 5개국의 경제협의체로, 무역·외교 측면에서 상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관세(Tariff)는 특정 물품의 수입 시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가 간 무역 장벽 역할을 한다.
기자 시각
단기적으로 미국 로스터는 물류·조달 비용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친환경·직거래 모델 확대 ▲가격 전가 등을 통해 대응할 공산이 크다. 반면 브라질은 중국·EU 시장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세계 커피 유통구조가 미국 중심에서 다극화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