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변호사 에밀 보브, 민주당 반발에도 연방항소법원 인준 관문 통과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출신 에밀 보브(Emil Bove)연방 제3순회항소법원(3rd U.S. Circuit Court of Appeals) 평생직 판사 후보로서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표결을 공화당 전원 찬성으로 통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표결 절차가 위원회 규정을 무시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2025년 7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법사위원회 회의는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 위원장(공화·아이오와)이 토론을 중단하고 표결을 강행하면서 일순간 파행으로 치달았다. 민주당 소속 코리 부커(Cory Booker) 상원의원(뉴저지)은 “동료 의원들의 발언권을 박탈했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민주당 위원 전원이 항의 표시로 회의장을 떠났다.

결국 공화당 의원 10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보브 후보자는 상원 본회의 최종 투표 단계에 올랐다. 반면 민주당 측은 “정치적 충성심으로 법무부를 무력화한 인물”이라며 부결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보브 후보자, 어떤 인물인가

보브는 뉴욕 남부연방검찰청(SDNY) 테러전담 검사 출신으로, 알카에다 연계 조직과 멕시코 마약 카르텔 사건을 담당하며 명성을 쌓았다. 2021년 트럼프 행정부가 퇴임한 뒤에도 트럼프 개인 변호인단으로 합류해, 전·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3건의 형사 고발 사건 변론을 도왔다.

이러한 이력 덕분에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법무부 국장급(Principal Deputy Assistant Attorney General)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재직 기간,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사태 관련 수사를 맡았던 경력 검사 2명 해임, 뉴욕시 에릭 애덤스(Eric Adams) 시장을 둘러싼 연방 부패 사건 기소 취하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상원 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

“의원들의 정당한 발언 기회를 막다니,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가.” — 코리 부커 상원의원

민주당은 보브가 법무부를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사무실’처럼 운영했다고 비판한다. 前 연방검사 900여 명이 서명한 공개 서한에는 “보브는 법무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문구가 담겼다. 특히 강제추방 명령에 대한 연방법원 판결을 무시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이 내부 고발로 드러나 파장이 컸다.

이에 대해 보브는 청문회에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트럼프의 ‘집행자(enforcer)’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그는 “사법부의 명령을 존중하며, 정치적 편향 없이 법을 집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제3순회항소법원과 인준 절차의 의미

제3순회항소법원은 펜실베이니아·뉴저지·델라웨어·버진아일랜드 등 4개 관할구역에서 제기된 연방사건 항소를 담당한다. 인준이 확정되면 보브는 종신직으로서 미국 사법제도의 ‘최후 관문’ 중 하나를 맡게 된다.

현재 상원 의석수(공화 52석, 민주 48석)를 감안하면 본회의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필리버스터와 절차적 지연전술을 예고했다. 법원 인사 문제가 2026년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경우, 연방 사법부의 성향 변화가 경제·사회 정책은 물론 증시·금융 환경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법조계 일각에서는 “테러·마약 조직 대응 경험을 갖춘 보브가 형사 사건에 강점을 보일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행정부 편향 소지가 큰 인물”이라는 우려가 엇갈린다. 특히 기업 규제, 증권 분쟁, 환경 소송처럼 정치적 이해가 첨예한 사건에서 그의 판단이 중도 성향으로 기우느냐가 관건이라는 의견이 많다.

향후 절차는 ①상원 다수당 원내지도부가 일정 합의를 도출하고 ②종합 토론 후 ③최종 본회의 표결에 부쳐 ④대통령이 임명장을 수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연방 판사의 평균 재임 기간이 25년 이상임을 감안하면, 이번 인준은 트럼프 임기 이후에도 사법부 보수화 흐름을 견인할 잠재력이 크다.


용어 풀이

· 제3순회항소법원(3rd U.S. Circuit Court of Appeals): 미국 13개 연방항소법원 중 하나로, 우리나라 고등법원과 대법원을 잇는 역할을 한다.
· 필리버스터(Filibuster): 소수파가 표결을 지연하거나 저지하기 위해 장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의회 전술이다.
· 종신직(Lifetime Appointment): 헌법이 보장한 임기 제한 없는 직책으로, 파면 사유(탄핵 등) 없이는 직위를 유지한다.


종합 평가

보브 후보자 인준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향후 미국 사법부의 독립성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의 향배를 가늠할 ‘풍향계’로 평가된다. 본회의 표결 결과에 따라 법무부 관료 출신 판사들의 지명 관행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