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진전”…국제유가 하락 전환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물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가격이 1.24% 하락하며 배럴당 -0.81달러 하락한 63.99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레폼휘발유) 가솔린 선물도 -0.05% 내린 -0.0011달러로 장을 마쳤다.

2025년 8월 6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강세를 보이던 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급락세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백악관 특사 앨런 위트코프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회담에서 “전쟁 종식과 관련해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히며, 미국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이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추가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자극했다. 이에 따라 차익 실현 매물(long liquidation)이 대거 출회되며 유가는 반락했다.

달러화 약세도 장 초반 유가를 끌어올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DXY 달러지수가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9월 인도분 ‘아랍 라이트’ 원유의 아시아 수출 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1달러 인상하며 시장 예상치(0.9달러 인상)를 웃돌았다.

주간 EIA(미 에너지정보청) 재고 보고서 또한 호재였다.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303만 배럴 감소해 시장 예상치(-260만 배럴)를 하회했고, 가솔린 재고 역시 -130만 배럴 줄었다. 디스틸레이트(난방유·경유) 재고도 시장이 예상한 +81만 배럴 증가 대신 -56만5,000배럴 감소했다. 다만, WTI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 재고가 +45만3,000배럴 늘어난 점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발 ‘러시아산 에너지 고율관세’ 경고

트럼프 대통령은 전주 “이번 주 금요일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JP모간체이스는 보고서에서 “관세가 실제 부과될 경우, 러시아의 대규모 수출 물량과 제한적인 OPEC 여유 증산능력을 고려할 때 공급 쇼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OPEC+ 추가 증산 합의…공급 과잉 우려

원유 시장에는 공급 과잉 우려도 상존한다. 지난 일요일 OPEC+는 9월 1일부터 일일 54만7,000배럴 추가 증산을 승인했다. 이는 2년간 유지돼 온 감산을 단계적으로 철회, 2026년 9월까지 총 220만 배럴/일 생산 회복을 목표로 한다. 현재도 166만 배럴/일의 물량이 2026년 말까지 오프라인 상태로 남아 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4분기에는 전 세계 수요의 1.5% 규모인 일평균 100만 배럴이 초과 공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러시아 제재 강화…‘그림자 선대’ 400척 넘어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신규 제재 패키지를 승인해 러시아계 은행 20곳을 SWIFT 결제망에서 추가 차단하고, 제3국에서 재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도 제재를 확대했다. 인도 내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 지분이 들어간 대형 정유공장도 블랙리스트에 올랐으며, ‘그림자 선대’(제재 회피용 원유 운반선) 105척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됐다. 총 제재 선박 수는 400척을 넘어섰다.

유조선 저장 감소도 호재

조사기관 보르텍사(Vortexa)는 8월 1주 차 ‘부유식 저장’ 원유 물량이 전주 대비 15% 감소한 7,912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7일 이상 움직임이 없는 유조선에 저장된 물량 기준이다.

미국 원유·제품 재고 수준

EIA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 평균치보다 6.5% 낮았고, 가솔린 재고는 0.3%, 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6.1% 각각 부족했다. 같은 기간 미국 원유 생산량은 전주 대비 0.2% 줄어 1,328만4,000배럴/일로 집계됐으며, 2024년 12월 첫째 주 기록한 역대 최고치(1,363만1,000배럴/일)보다는 소폭 낮다.

시추 리그 감소…투자 위축 신호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는 8월 1일까지 주간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리그가 5기 줄어 410기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반면 2022년 12월 기록한 627기 대비 34.6% 감소해 투자가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위험 자산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와 수급 변수 간 힘겨루기가 유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단기간 내 성과를 낸다 해도, EU의 제재 지속과 OPEC+의 공급 관리 등 구조적 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고 본다. 달러 약세가 반짝 지지력을 제공할 수 있으나 WTI 70달러선 회복에는 추가적인 수급 촉진 요인이 필요하다.

전문가 해설: 용어 정리

  • WTI : 미국 텍사스 중질유로, 국제 유가 벤치마크 세 가지(브렌트·두바이·WTI) 중 하나다.
  • RBOB : 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의 약어로, 미국 여름철 배합휘발유 선물 가격 지표다.
  • OPEC+ : 13개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이 협력하는 확장 카르텔로, 2016년부터 공동 생산 정책을 수행한다.
  • Secondary Sanctions : 미국이 제3국·제3자에게 부과하는 이차 제재로, 제재 대상국과 거래한 해외 기업·기관까지 금융·무역 제재를 가한다.

[면책 고지] 본 문서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 본 기사 작성 시점에 기자는 문장에서 언급된 어떤 유가 증권에도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