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로이터통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1일(현지 시각)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NASDAQ: NVDA)의 차세대 고성능 GPU ‘블랙웰(Blackwell)’을 중국에 판매하는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2025년 8월 1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젠슨(황젠슨) CEO에게는 새 칩, 즉 블랙웰이 있다”면서 “그 문제(블랙웰의 대중국 수출)에 대해 거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블랙웰은 2025년 상반기에 공개된 엔비디아의 차세대 데이터센터·인공지능 연산용 GPU 아키텍처로, 현행 ‘홉퍼(Hopper)’ 대비 최대 수 배의 연산 효율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AI 모델 학습·추론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중국 내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주목하는 제품 중 하나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 첨단 AI 반도체 규제
미국 행정부는 2022년 10월부터 국가안보를 이유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AI·슈퍼컴퓨팅 분야에 필수적인 GPU·고대역폭 메모리에 대한 규제는 중국의 기술적 자립을 늦추는 핵심 카드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거래 불가’ 발언은 이러한 전략적 기조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랙웰의 대중국 수출이 차단될 경우, 중국 AI 기업들은 자체 설계 칩이나 국산 대체품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다”
며, 엔비디아 매출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가능성은 있다”라고 단서를 달았듯, 예외 허가나 라이선스 형태의 유연성이 남아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젠슨 황 CEO와 엔비디아의 전략적 고민
엔비디아의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황젠슨(젠슨 황)은 2023~2025년 2년 사이에만 시가총액을 2배 이상 끌어올리며, ‘AI 붐’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회사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통제 정책이 강화될 때마다 엔비디아는 중국 판매용 ‘다운그레이드’ 칩—예컨대 A800·H800—을 별도 설계해 규제 범위를 우회해 왔다. 블랙웰 역시 유사한 전략이 적용될지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다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볼 때, 미국 정부가 차세대 GPU에 대해선 이전보다 훨씬 강경한 라이선싱 정책을 적용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전달됐다. 이는 엔비디아 뿐만 아니라 AMD, 인텔 등 경쟁사에도 동일한 규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배경 설명: GPU와 국가안보
GPU(Graphics Processing Unit)는 본래 그래픽 연산을 위해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병렬 연산에 특화된 아키텍처 덕분에 인공지능(AI)·머신러닝·고성능 컴퓨팅(HPC)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CPU보다 탁월한 연산 효율을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은 군사·정보기관의 데이터 분석 및 무기 시스템에도 직결된다. 미국 정부가 GPU 수출을 전략물자 수준으로 분류하는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예컨대, 대규모 언어 모델(LLM) 학습에는 수천~수만 대의 고성능 GPU 클러스터가 필요하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최신 GPU를 자유롭게 확보할 수 있다면, 군사 AI·사이버전 능력 강화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미국 행정부의 우려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가 초당적으로 추진해온 대중국 기술 규제 기조가 2025년에도 지속될 것인지, 혹은 대선 정국에 따라 강도 조절이 이뤄질지가 핵심 변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가능성은 있다”라는 표현을 통해, 정치적·경제적 교환 조건에 따라 입장을 바꿀 여지를 남겼다.
둘째, 엔비디아가 블랙웰 아키텍처의 ‘중국 전용 버전’을 개발해 규제 범위를 회피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그러나 성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어할 경우 중국 내 고객사가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셋째, 중국 정부는 이미 ‘국산화율 70% 달성’을 목표로 AI 반도체·EDA 소프트웨어·장비 연구개발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블랙웰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중국 자체칩—예: 화웨이 기린·바이두 쿤룬—의 성능·생산량 확대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엔비디아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그리고 미·중 기술 패권 구도에 적지 않은 파급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블랙웰 GPU 수출 허가 여부는 투자자·정책당국·테크 기업 모두가 주시하는 핵심 이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