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에프스타인 생일편지’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뉴스코프·머독 상대로 소송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프리 에프스타인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그 모회사 뉴스코프, 그리고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2025년 7월 1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Truth.Social)에 장문의 글을 올려 “WSJ가 게재한 에프스타인 생일편지는 완전한 위조”라며 “이미 경고했지만 기사를 강행했다. 곧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해당 글에서 “월스트리트저널, 뉴스코프, 그리고 머독 개인에게까지 소송장을 발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나는 이미 언론사 측에 위조 여부를 직접 알렸으며, 이를 무시한 채 기사를 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승소할 것”이라며 2024년 60 Minutes/CBS 상대 명예훼손 소송에서의 승리를 사례로 제시했다.


논란의 발단: 2003년 ‘음담패설 편지’ 보도

WSJ는 같은 날 보도에서 2003년 트럼프가 에프스타인 50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음담패설(bawdy)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는 에프스타인의 측근 길레인 맥스웰이 ‘생일 앨범’ 형식으로 수집했다고 전해졌다.

“그 편지는 분명히 존재했고, 필체와 서명이 일치한다”는 것이 WSJ 측 설명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가짜 편지”라고 규정하며, 기사 게재 자체가 ‘악의적 허위보도’라고 반박한다.

트럼프의 역공: 대배심 기록 공개 지시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 게시글에서 팸 본디(Pam Bondi) 법무장관에게 “에프스타인 수사와 관련된 모든 연방 대배심(transcript) 기록을 즉각 공개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실은 민주당과 좌파가 꾸며낸 ‘에프스타인 사기극’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프스타인 의혹, 다시 수면 위로

2006년 미성년자 성매매·인신매매 혐의로 기소됐던 제프리 에프스타인은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됐다. 하지만 그의 사망 경위와 ‘고객 명단’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초, ‘폭로를 약속했던’ 관련 문서 공개 계획을 돌연 철회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에프스타인 사건 파일(Epstein files)에는 정치·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소문이 꾸준히 돌았으며, 이로 인해 트럼프 지지층 일부도 행정부의 ‘투명성 부족’을 공개 비판했다.

엘론 머스크까지 가세한 ‘파일’ 공방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역시 트위터를 통해 “에프스타인 파일이 가짜라는 트럼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조롱했다. 머스크와 트럼프는 최근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수·규제 문제를 놓고 공개 설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전문가 시각과 법적 전망

언론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측이 주장하는 ‘악의적 허위보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대법원 판례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1964) 이후, 공직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실제 악의(actual malice)’—즉, 기사가 거짓임을 알면서도 게재했거나 중대한 사실을 무시했음을—증명해야 한다.

반면 WSJ는 소송이 제기될 경우 편지의 필적 감정, 원본 진위, 취재과정 등을 근거로 ‘진실성’을 입증하겠다고 밝힐 가능성이 높다. 또한 언론 자유를 강조하며 제1수정헌법(First Amendment)을 방어 논리로 활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앞서 CBS와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편집‧편집권과 ‘가짜 편지’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일부 변호사는 “연방 대배심 기록 공개 지시는 사법 절차 독립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정치적 역풍 가능성을 경고했다.


용어 설명: 트루스·소셜(Truth.Social)이란?

Truth.Social은 2021년 트럼프가 창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빅테크 검열’에 반발한 우파 성향 이용자가 대거 몰렸다. 트럼프는 주요 발표를 이 플랫폼에서 먼저 공개한다. 이에 따라 정책·사법·기업 공시 등 공적 사안도 비공식 계정에서 선행 발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재·분석 메모

WSJ 보도와 트럼프의 즉각적 반격은 대선 1년 전 미디어-정치권의 긴장 국면을 재현한다. ‘에프스타인 연루설’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적 지뢰’로, 추가 폭로가 현실화될 경우 선거전의 핵심 이슈로 비화할 개연성이 높다.

필자는 에프스타인 사건을 둘러싼 ‘정보 비대칭’이 투자심리에도 잠재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만약 유명 인사 명단이 실명으로 밝혀지면 관련 기업의 주가 변동성, 광고‧스폰서 계약 취소, 브랜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이번 소송전은 “언론의 감시 기능”과 “권력자의 명예 보호”라는 두 축이 맞부딪치는 헌법적 시험대가 될 것이다.